[그린경제=육철희 기자] 옛 예서에 보면 "소인(小人·수양이 덜된 사람)의 죽음은 육신이 죽는 것이기 때문에 사(死)라 하고, 군자(君子·수양이 된 사람)의 죽음은 도(道·사람노릇) 를 행함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종(終)이라 하는데, 사와 종의 중간을 택해 없어진다는 뜻인 상(喪)을 써서 상례라 한다."고 했다.
상례란 사람의 죽음을 맞고, 주검(屍)을 갈무리해 땅에 묻고, 근친들이 슬픔으로 근신하는 기간의 의식절차를 정한 예절이다.
▲ 전통 장례행렬(사진작가 송봉화 제공) |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언젠가는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저승길로 영원히 떠나는 것이니,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가족, 친척, 친지에게 이보다 더 슬프고 비통한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의례 중에서 가장 엄숙하고 정중하여 그 절차가 까다롭고 그 이론이 구구한 것이 바로 상례이다.
중용(中庸)에는, '죽은 사람 섬기기를 산 사람과 같이 하고, 죽은 사람 섬기기를 있는 사람과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예기(禮記)에 보면, 부모를 섬기는 데는 3년 동안 상사(常事)를 치르고, 임금에게는 3년의 복(服)을 입으며, 스승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심상(心喪)을 입는다고 했다.
이 상례는 오례(五禮), 곧 길례(吉禮), 흉례(凶禮), 빈례(賓禮), 군례(軍禮), 가례(嘉禮)중에 흉례(凶禮)에 해당하는데 어느 예보다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의식이다. 상례는 먼 옛날부터 시작되었고, 우리나라도 주자가례에 의거하여 조선조 500년 동안 지켜져 왔다. 그러나 근세(近世)로 내려오면서 점차 간소화되어 현재는 아주 간단한 의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상기(喪期)에 있어서도 3년복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백일(百日)에 탈상(脫喪)하는 경우도 잘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은 대부분 장례를 치르고나면 바로 탈상한 것으로 여기거나 불교에서 유래한 49일이 지나면 탈상을 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예전같은 소상 대상은 물론, 담제 길제의 의식도 거의 없어지고 만 상태이다.
상례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비록 전통사회에서 유교에 의한 예법을 준수했다고 하나, 장례 절차에 있어서는 우리의 토속신앙(土俗信仰)과 불교 의식이 많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종교에 의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상례는 첫째,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으로 죽은 사람의 신체와 뼈도 소중히 여겨 죽은 사람의 몸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몸이 곧 영혼불멸의 상징이고 재생을 기약하는 것이라 화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은 무덤으로 쓸 공간의 부족과 관리의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생명 존중 사상이 퇴색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상례는 슬픔의 의례이면서도 그것은 영구한 이별이 아니라 제례를 통해서 다시 산자와 죽은자가 유대를 맺어 孝를 실현하는 것이 한국전통상례의 윤리적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상례의 절차나 기간, 복식은 바뀌었지만 상중에 지켜야 할 기본도리는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상중에 상주는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가짐과 표정으로 슬픔을 다하여야 하며, 앞으로 근본에 보답하고 근신하려는 자세로 처신하되 경제적 형편과 여건에 맞게 장례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상가에 가서 문상을 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첫째, 상가에서는 절할 때 손의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 평상시 절을 할 때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포개고, 여자는 왼손 위에 오른손을 포개지만, 상중에 남자는 오른손을 왼손에 포개고, 여자는 오른손 위에 왼손을 포개고 절을 해야 한다.
둘째, 수명을 다 누리고 편안히 돌아가셨다고 해도 자식 처지에서는 안타깝고 슬픈 상태이기 때문에 함부로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셋째, 상주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거나 상주를 불러 술을 권하는 것도 자제하여야 한다.
넷째, 상가에 가면서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속이 비치는 옷은 삼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상례의 형식은 바뀌더라도 상례의 근본정신만은 살려서 아름다운 장례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다음에는 제례에 관한 여러가지를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