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자객들은 이순신의 강경한 당부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소리 없이 장내를 빠져나갔다. 이제 객관은 적막한 밤기운만이 맴돌았다.
“가토 기요마사가 보낸 자객임을 확신하십니까?”
큰 아들 회의 질문에 이순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러한 음모를 자행할 수 있겠느냐?”
“선봉장 고니시도 있지 않습니까?”
“고니시는 본래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이회는 부친 이순신의 정면을 감히 바라보지 못하고 다소곳한 자세에서 말문을 던졌다.
“아버님을 두려워하는 것은 가토뿐이 아닙니다. 일본의 장수들은 하나같이 아버님을 제거 하고자 합니다. 전쟁 전이야 어떤 심경이었는지 모르오나 이미 양 국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사온데 어찌 고니시라고 그런 마음이 없겠습니까.”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
“그렇구나.”
이순신은 아들 회의 발언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이회는 내심 고무되어 아뢰었다.
“일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군을 시해 하고자 할 것이옵니다.”
“너의 생각이냐?”
이회는 고개를 흔들었다.
“완의 추측입니다.”
이완은 숙부인 이순신의 시선을 느끼면서 허리를 숙였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발설할 수 있겠는가.
“사야가 김충선이옵니다.”
이순신의 경직된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어렸다.
“충선이란 말이지!”
김충선의 예측이라면 절대 허망한 것이 아닐 것이란 판단이었다. 이순신은 누구보다도 그를 신뢰하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대업을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태조 이성계에게 정도전이라는 비상한 인재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새로운 조선에는 김충선이 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이순신은 믿고 있었다.
“그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회의 탄식에는 미묘한 감정이 깃들여 있었다. 그것은 감탄을 하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혹의 여지도 엿보였다. 이순신은 그런 미세한 감정의 파고를 절대 놓치지 않는 세밀함을 지니고 있었다.
“충선에 대해서 동요가 있느냐?”
이회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가 대단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조국을 등진 인물입니다. 한 번 배반한 자는 또 배반을 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정녕 그리 생각 하느냐?”
일순, 이순신의 눈에서 신광이 뿜어졌다. 노기에 가득 찬 음성은 빳빳한 핏줄을 동반하였다. 이회는 얼음물을 뒤집어 쓴듯 한 한기를 맞이했다. 이완이 큰 형을 거들었다.
“형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닥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