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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굴레’와 ‘멍에’

<우리말은 서럽다> 9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자유는 사람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사람은 몸과 마음에 얽힌 굴레와 멍에 때문에 자유를 누리기가 몹시 어렵다. 가끔 굴레를 벗고 멍에를 풀었을 적에 잠간씩 맛이나 보며 살아가는 수가 있지만, 온전한 자유에 길이 머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얽힌다는 굴레나 멍에는 빗대어 말하는 것일 뿐이고, 참된 굴레나 멍에는 소나 말 같은 집짐승을 얽어매는 연모이다. 

‘굴레’는 소나 말의 머리에 씌워 목에다 매어 놓는 얼개다. 소가 자라면 코뚜레를 꿰어서 고삐를 코뚜레에 맨다. 그리고 고삐를 굴레 밑으로 넣어서 목 뒤로 빼내어 뒤에서 사람이 잡고 부린다. 이때 굴레는 고삐를 단단히 붙들어 주어서, 소가 부리는 사람의 뜻에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말은 귀 아래로 내려와 콧등까지 이른 굴레의 양쪽 끝에 고삐를 매어서 굴레 밑으로 넣고 목 뒤로 빼내어 뒤에서 사람이 잡고 부린다. 굴레가 고삐를 맬 수 있게 하고 움직이지 않게 하여, 말이 부리는 사람의 뜻을 거스를 수 없도록 한다.

 

   
▲ 굴레나 멍에는 소나 말 같은 집짐승을 얽어매는 연모이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멍에’는 소나 말에게 수레나 쟁기 같은 도구를 끌게 하려고 목덜미에 얹어 메우는 ‘ㅅ’ 꼴의 막대다. 멍에 양쪽 끝에 멍에 줄을 매어서 소나 말의 목에다 단단히 묶어 놓고, 수레나 쟁기 같은 도구 양쪽에 매인 줄을 다시 멍에 양쪽에다 매면 소나 말은 도구에 목덜미를 꿰여서 벗어날 길이 없어진다. 그래서 오직 사람이 부리는 대로 도구를 끌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소든 말이든 굴레는 씌우고 벗겨야 하고, 멍에는 지우고 풀어야 한다. 그런데 멍에는 일을 할 적에만 메었다가 일이 끝나면 풀어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지만, 굴레는 한 번 쓰고 나면 죽을 때까지 자나 깨나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멍에보다 더욱 괴로운 것이다.  

사나이가 어른이 되면 코밑과 턱에서 돋아난 나룻(수염)이 귀밑머리까지 이어져 마소의 굴레와 비슷한 모습을 이룬다. 이것을 본디는 ‘구레나룻’이라 하는데, 더러는 ‘굴레수염’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