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앞에서 부산의 소리꾼, 하인철은 <향수>를 비롯하여 <배뱅이굿과 함께하는 고향길>, <8도강산 소리여행>, <창세무가-創世舞歌>, <하인철의 전통 소리를 담다>, <산염불>과 <각설이 타령> 등, 공연무대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소리세계를 만들어왔다고 이야기하였다. 각 소리제에는 지역 토착민들의 독특한 표현이 녹아 나온다는 이야기, 수심가조는 목을 조여서 위로 치켜 떠는 듯한, 격렬한 요성(搖聲)법이 특징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좌창 가운데서도 널리 알진 공명가(孔明歌)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우선 용어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서도좌창’이란 말에서 서도(西道)는 관서지방, 곧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지방을 가리키는 지역 이름이고, 좌창(坐唱)이란 앉아서 부르는, 연행형태가 단정하면서도 비교적 가사가 길고, 느린 형태의 노래를 가르치는 말이다. 그러므로 앉아서 부르는 관서지방의 긴소리를 일컫는 말이 곧 서도좌창이다. 과거에는 좌창이라는 이름보다는 <잡가-雜歌>, 또는 <긴 잡가>라는 말도 사용해 왔지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옛날 어느 마을에 문자 쓰기를 몹시 좋아하는 선비가 살았다. 어느 날 처가에 가서 자는데 밤중에 범이 와서 장인을 물어 갔다. 집안에 사람이라고는 장모와 내외뿐인 터라, 어쩔 수 없이 선비가 지붕에 올라가 소리쳐 마을 사람을 불러 모았다. ‘원산대호가 근산 래하야 오지장인을 칙거 남산 식하니 지총지자는 지총 래하고 지창지자는 지창 래하소! 속래 속래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먼 산 큰 범이 와서 우리 장인을 앞산으로 물고 갔으니 총을 가진 사람은 총을 들고 나오고 창을 가진 사람은 창을 들고 나오십시오! 어서요. 어서!> 뜻인즉 이렇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가 총이며 창을 들고 뛰어나올 것인가?“ 윗글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과 우리말대학원장을 지낸 고 김수업 선생의 《우리말 사랑 이야기 “말꽃타령”》에 나오는 글입니다. 글깨나 배웠다고 어려운 한자말로 소리쳤는데, 아무도 뛰어오는 사람이 없는 건 당연하지요. 오늘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7년이 되는 한글날입니다. 그때 세종대왕은 한문에 능통하여 다른 글자가 필요 없었지만, 한문이란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로지 백성사랑으로 훈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0월 18일(금) 저녁 5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박규희ㆍ박주원이 함께 하는 두 대의 기타 공연이 펼쳐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와 최고의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 각자의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며 젊은 거장으로 불리고 있는 두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만나 기타의 위대한 마법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2021년 LG아트센터에서 펼쳐졌던 첫 번째 듀오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2022년 3월,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듀오 공연을 펼친 뒤, 서울, 전주, 광주, 울산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나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연주자의 이중주와 독주 무대는 물론, 밴드와 함께하는 다양한 연주곡을 통해 기타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변신을 들려줄 예정이며 박규희와 박주원, 장르가 다른 두 기타리스트의 풍부하고 폭넓은 음악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박규회는 오래전부터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금까지 9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을 기록했다. 특히 벨기에 프렝탕 국제기타콩쿠르에서 첫 여성 및 아시아 우승자로서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국립한국문학관과 공동으로 10월 13일(금) 낮 1시부터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공동학술대회를 갖는다. 이번 공동학술대회는 <작가대담>과 <학술발표>의 두가지 주제를 가지고 전개되는데 <작가대담>에서는 '세계 속의 한국작가'에 대해 편혜영(소설가), 윤고은 (소설가)의 발표 시간이 있다. 이어서 진행되는 <학술발표> 시간에는 “K문학의 확산-세계와 함께 읽는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제2부로 나눠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제1부<기록>에서는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초대관장의 “한국 문학사의 외연 확장-문인 자료들은 어떻게 문학이 되나”'라는 주제의 기조 강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이미륵‧김소운 기증자료의 가치>에 대해 1) 이미륵의 문학과 기록 수집의 의미( 박균, 이미륵기념사업회장)와 2) 문학사의 기록과 김소운(박현수, 경북대 교수)에 대한 발표가 있다. 제2부에는 <한국문학의 확산과 세계문학적 소통>이라는 주제로 1) 모국의 기억과 이국의 언어 - 김은국, 김용익의 문학과 로컬의 감각, 2) 경계인의 시선과 세계문학의 지평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0월 25일 밤 8시 경기 남양주시 다산중앙로 ‘다산아트홀’에서는 뮤지컬 <내일보다 빛나는 오늘>이 펼쳐진다. 반복되는 시험과 무한 경쟁 속에 마음대로 숨 쉴 여유조차 없는 오늘날의 청소년들. 무수한 고민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더 이상 미래를 위해 오늘을 참고 견디라는 어른들의 말은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언제까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길 강요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을 먼저 행복하게 살아야 더 괜찮은 내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들이 자신의 값어치를 깨닫고 미래를 멋지게 살아낼 줄 아는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입장료는 1층석 5,000원, 2층석 3,000원이며, 다산아트홀 누리집(https://culture.nyj.go.kr/home/7?action-value=b9410993a2329173f241be672f245ef8&action=read)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에 관한 문의는 다산아트홀 전화(031-590-4358)로 하면 된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이 책은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이 살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들의 지명 사전으로, 공간에 담긴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여준다. 저자는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해 폐허가 된 공간들, 한때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누구도 찾지 않는 곳들을 안내한다. 아이티의 혁명 영웅 앙리 크리스토프가 독재자로 변해 무수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건설한 상수시 궁전,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볼리비아 우유니의 기차 폐기장 등 장소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이 소개하는 40개의 폐허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 미처 몰랐던 세계사 속 숨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사통팔달 길목에 자리한 병천은 조선 후기 오일장이 개설되어 물류의 집산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지금도 끝자리 1·6일에 오일장이 열린다(31일은 미개최). 1960년대 병천 인근에 돈육 가공 공장이 들어섰고,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순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아우내순대길 일대에 순대국밥 전문점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병천순대는 돼지 작은창자를 이용해 누린내가 적다. 소금이나 밀가루로 깨끗이 씻은 작은창자에 양파, 대파, 양배추 등 각종 채소와 찹쌀, 선지, 당면을 넣는다. 일부 순대는 당면으로만 속을 채우는데, 병천순대는 당면이 아예 없거나 적어 담백하다. 국물을 내는 방법은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다. 생강과 대파를 넣고 사골 국물을 우리는가 하면, 각종 한약재를 섞어서 특별한 향과 맛을 내기도 한다. 병천순대거리에서 1km 남짓 거리에는 천안 유관순 열사 유적(사적)이 있다. 유관순 열사와 아우내 독립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위패를 모신 추모각과 기념관, 생가, 봉화대 등이 100여 년 전 그날의 함성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최초 우표인 문위우표부터 광복 직후의 우체통, 집배 가방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 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10) 먼 길을 걷고 돌아와 천천히 매일 서귀포를 걷는다. 길을 내고 걷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길 위의 모래 한 알, 길섶에 사는 풀잎처럼, 풀꽃처럼 소소한 그 길이 소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제주 ‘올레길’. 전국에 올레 열풍을 불러온 ‘제주올레’의 창시자 서명숙이 지은 이 책, 《서귀포를 아시나요》는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 그녀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다. ‘올레’는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좁은 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그녀가 구석구석 길을 닦고 빛을 내기 시작하며 전 세계에 알려졌다. 늘 거기에 있었던 ‘올레’, 그러나 그것을 발견한 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었다. 그녀는 어릴 때 무심히 보던 현무암조차 수십 년이 흐르고 보니 너무나 멋진 ‘신의 붓질’로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현무암의 빛깔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나 역시 이러한 경탄에 깊이 공감했다. (p.37) 제주에 살면 살수록 제주의 풍경을 완성하는 마지막 신의 붓질을 현무암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검은 현무암은 제주에 피고 지는 그 모든 꽃과 나무와 덩굴 식물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후기 선비 화가 정수영(鄭遂榮, 1743~1831)은 1797년 가을 금강산을 유람하였습니다. 금강산 풍경을 유탄(柳炭, 그림의 윤곽을 그리는 데 쓰는, 버드나무를 태워 만든 숯)으로 스케치하고 이를 토대로 2년 뒤인 1799년 3월부터 8월까지 6달에 걸쳐 가을 금강산(풍악산) 그림첩인 《해산첩(海山帖)》을 완성했습니다. 지리학자 집안 후손인 정수영은 남다른 관찰력, 독자적인 시각과 경물 배치 방식, 특유의 필법이 특징인 자신만의 금강산 그림을 남겼습니다. 금강산의 가을을 담은 정수영의 《해산첩》 단풍의 계절 가을이 오면 현대인들은 여행을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이를 블로그 등의 개인 누리집에 올려서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같은 장소라도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 시각 경험에 따라 촬영 대상이 달라지고, 같은 대상을 찍어도 사진기의 종류, 촬영 각도, 촬영자의 기술에 따라 서로 다른 사진이 생산됨을 깨닫게 됩니다. 조선시대에도 가을 여행의 추억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단풍이 아름다워서 ‘풍악산(楓嶽山)’이란 별명이 있는 금강산을 찾은 문인들은 자신이 본 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17째 절기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라는 뜻의 한로(寒露)입니다. 한로 무렵은 기온이 더 내려가고 서리가 내리기 전에 가을걷이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이때 농부들이 열심히 일하고 쉬는 새참에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 맛은 농부들에게 있어 행복이며 또 지나가는 길손을 불러 함께 하는 것은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 풍요로움일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가을 들판에는 콤바인이 굉음을 울리며 논을 누비면서 타작과 동시에 나락을 가마니에 담아내고 있어 옛 정취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에 한가롭게 길가는 나그네도 볼 수가 없어 예전처럼 막걸리 한잔을 나누거나 논둑에 앉아서 새참 먹는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지요.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사람들은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추어탕은 조선후기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추두부탕(鰍豆腐湯)”이란 이름으로 나옵니다. 또 1924년에 이용기가 쓴 요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별추탕”란 이름으로 소개됩니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