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옮기다’와 ‘뒤치다’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남의 글을 우리글로 바꾸어 놓는 일을 요즘 흔히 ‘옮김’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언해’ 또는 ‘번역’이라 했다. 요즘에도 ‘번역’ 또는 ‘역’이라 적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지난날 선조들이 쓰던 바를 본뜬 것이라기보다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생각 없이 본뜨는 것이다. 언해든 번역이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 토박이말이 아닌 들온말에 지나지 않고, ‘역’이란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쓰겠지만 우리에게는 낱말도 아닌 한갓 한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우리 토박이말을 쓰느라고 ‘옮김’이라 했을 터인데, 남의 말을 빌려다 쓰기보다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쓰려는 마음이 아름답고 거룩하다. 그러나 남의 글을 우리글로 바꾸어 놓는 일을 ‘옮김’이라고 한 것은 우리의 말본으로 보아 올바르지 않다. ‘옮기다’는 무엇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자리바꿈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본디 뜻에서 비롯하여 ‘발걸음을 옮기다’, ‘직장을 옮기다’, ‘말을 옮기다’, ‘모종을 옮기다’, ‘눈길을 옮기다’ 같은 데로 뜻을 넓혀서 쓴다. 하지만 언제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자리바꿈한다는 본디 뜻을 바탕으로 삼은 채로 넓혀지
- 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2024-08-09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