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밝음을 품고 있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새벽 장거리 산행을 하기 위하여 세 시쯤 집을 나섭니다. 아무리 빨리 새벽을 맞아도 길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들은 아직 꿈속에 헤맬 거로 생각하겠지만 언제나 세상은 나보다 빠릅니다. 도시에서는 새벽이슬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밤새 맺힌 이슬이 이른 아침의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것은 아름다움입니다. 새벽이 살아있음을 이슬을 통하여 느낄 수 있습니다. 이슬은 밤새 뿌리가 흡수한 물이 밖으로 빠져나온 것입니다. 넘치기 전에 비우는 것이 좋습니다. 비움을 실천하지 못하면 욕심을 부리게 되고 결국 욕된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나이 들면서 기상 시간이 조금씩 앞당겨짐을 느낍니다. 새벽 시간이 좀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안온한 이불 속에서 실컷 게으름을 구가하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은 행복입니다. 새벽의 어둠은 한밤중의 어둠과 그 깊이가 다릅니다. 새벽은 밝음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슴푸레한 사물이 점점 뚜렷하게 다가올 때의 환희를 생각합니다. 중국 송나라의 대표적인 시인 도연명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일일난재신(一日難再晨)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인생은 단품입니다. 영산홍 꽃떨기도 봄 한
- 정운복 칼럼니스트
- 2023-05-08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