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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나는 왼손잡이다 / 홍명화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35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너 왼손잡이야?"

"얘 왜 왼손 쓰지? 바보야?"

"바른손을 쓰지 못할까?"

 

남들과 다르다는 사회의 소수자라는 특수성분 때문에 어릴 적에는 다양한 핀잔과 눈총을 받아 왼손잡이에 대한 콤플렉스가 상당했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왼손으로 밥 먹으면 혼나고 글씨도 반드시 오른손으로 써야 했다. 내가 직립보행을 하고 수저 들고 밥을 먹기 시작해서부터 부모님은 왼손부터 뻗는 나의 "못된"버릇을 고쳐주려고 왼손에 양말을 씌우고 붕대로 감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부모님의 극성스러운 "훈육"에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어서 전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린 나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포기를 했단다.

 

그런데 문제는 소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요즘은 그래도 우뇌의 지배를 받는 왼손을 개발하자는 호성도 높아가고 있지만 내가 소학교 다니던 그 당시만 해도 왼손으로 글을 쓰는 것은 틀리고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주임의 "특별관심대상"이 되었고 팔자에도 없는 나머지 공부를 하면서 자존심도 상하고 억울하고 분해서 어린마음에 몇 번이나 훌쩍거렸는지 모른다.

 

그때 억지로 교정이 돼서 지금 글은 오른손으로 쓰긴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글이 악필이다. 소학교 미술시간에는 가위질도 못하는 내가 멍청한 줄로 알았다. 가위 날이 오른손잡이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왼손잡이라는 이질감 때문에 어려울 때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짝궁이 왼손잡이인 내가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불편하다고 선생님에게 일러바친 적도 있었고 공기놀이도 왼손잡이라고 왕따당한 적도 더러 있었다.

 

이렇게 오른손 위주의 사회에서 선천적인 특수성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리고 어른들의 편견어린 시선과 알게 모르게 주는 상처 때문에 위축된 적도 많았다. 그런데 크면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왼손잡이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 이렇게 태어난 것도 내 잘못인가? 세상에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이 있듯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도 있지, 나는 소수자일 뿐 남들과 같지 않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내가 일상생활에서 불편은 있지만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또 왼손잡이의 불편함은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배려하고 해결해줘야 할 문제가 아닌가? 그때부터 나 자신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려고 노력했다. 이제껏 콤플렉스라는 이름 아래에 스스로를 옭아매었던 끈을 풀어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래도 요즘에는 전사회적인 관심으로 세계 왼손잡이 날도 공식화되고 왼손잡이들의 고충도 많이 알려지고 완손잡이를 향한 편견과 좋지 않은 시선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 왼손을 쓰면 우뇌가 발달하여 창의력나 추상적 사고, 공간 인식력이 발달한다고 해서 양손잡이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 비해 지금 왼손잡이들이 많이 늘었다. 아니지! 늘어난 것 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곳에 숨죽이고 있던 왼손잡이들이 자신을 왼손잡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일 것이다. 나도 지금은 "나는 왼손잡이이다"라고 자랑하고 다닐 정도로 당당해졌다. 그리고 왼손을 쓰는 것이 특별하고 멋져 보이기까지 하다. 세상에는 다빈치, 뉴턴, 빌게이치, 오바마, 마윈을 포함해 유명한 왼손잡이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면서…

 

우리가 살면서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약점이나 과거는 하나씩 있을 것이다. 나처럼 신체의 특정된 부분이 됐건 과거의 어떤 사건 사고나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안정한 어떤 감정이던 차마 입 밖으로 내기 싫은 콤플렉스 하나씩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약점이 어느 날 아무것도 아닌 걸로 될 때 그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나왔을 때 비로서 내가 이때까지 왜 이러고 바보같이 살았지 하고 허탈하게 웃을 날이 올 거다. 우리에게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거다.

 

어릴 적 나에게 콤플렉스였던 왼손잡이, 지금도 오른손잡이로 정형화된 사회에서 생활하는 게 다소 불편은 있지만 그래도 왼손잡이 인생에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오른손잡이가 당연하듯 왼손잡이도 당연한 그런 편견이 없는 그리고 다른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는 타인의 모습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너와 내가 모두 소중한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