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과 인간은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같은 고차원적인 의문을 지닌 채 살아가는 한편, 존재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한다. 이는 생명체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작게는 가정이나 회사, 넓게는 국가와 지구라는 유무형의 모든 존재가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존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행위를 하고 이를 위한 의식적, 무의식적 행동과 각인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먹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0순위의 행위를 숨을 쉬는 것, 잠을 자는 것, 먹는 것이라고 할 때, 인간이 의식, 무의식적으로 치열하게 갈구하는 행위가 먹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은 인간의 구조와 성장 과정에서도 드러나는데 인간의 오장육부의 절반 이상이 먹기 위한 구조이며, 인간의 성장 과정이 소화기능을 완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장과 완성은 치아 발달과 같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의미를 공유하는 고사성어(故事成語) 가운데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것이 있다. 뼈대를 바꿔 끼고 태(胎)를 빼앗는다는 뜻으로 완전히 그 근본까지 바꾸어 새롭게 발전한다는 뜻이다. 보통은 상징적인 의미로 쓰지만, 인간의 성장 가운데 실제로 환골(換骨)의 과정이 있는데, 젖니(유치)가 간니(영구치)로 갈아가는 과정이다. 곧 인간은 태어날 때 치아 없이 태어나서 6개월 앞두부터 치아가 나기 시작하여 대략 3년에 걸쳐 젖니가 다 나오며, 대략 6살 무렵에 간니가 나기 시작하여 대략 6년에 걸쳐 젖니를 간니로 바꾸는 환골(換骨)의 과정을 겪는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간의 소화기관이 치아의 발달과 더불어 성장하여 1차 완성을 만 3살 무렵에 이루고, 2차 완성을 만 12살 무렵에 이룬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데 인간의 육체적 성장과 완성이 소화능력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태어날 때 미진한 소화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성장과정 중에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진다.
인간과 동물에게 치아의 숫자와 배열은 생존하기 위하여 먹는 먹이와 먹이 먹는 방법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서식지와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장의 길이와 소화관의 특성은 음식물의 섭취 형태에 따라 적절한 형태로 발달을 한다. 이 때문에 먹거리와 치아의 발달 그리고 소화기관의 발달은 일관되게 이루어져 통합된 시스템을 이루는 것이다.
이에 따라 크게는 초식동물과 육식 동물의 구분이 생기고, 우리 인간과 같은 잡식성을 가진 존재도 생겨난다. 이러한 이빨(치아)과 소화기 장부의 특성을 벗어난 음식을 먹으면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 저절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에 따라 본능적으로 스스로에 맞는 음식을 먹게 된다. 반대로 이빨의 구조와 장의 구조를 무시한 음식을 먹으면 이를 소화하지 못하게 되고 소화하지 못한 음식물은 독으로 작용한다. 초식동물인 소가 육류사료를 먹고서 광우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례도 있다.
우리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은 4종류의 이빨이 있다.
음식물을 물거나 자르는 앞니, 물어뜯거나 구멍을 내는 송곳니. 음식을 분해하고 갈고 깎는 어금니와 작은 어금니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젖니의 발달과 더불어 먹는 것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마지막으로 송곳니가 났을 때 소화기관의 1차적 기능이 완성된다. 다음에 간니가 나면서 몸의 발달과 더불어 소화기능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마지막으로 모든 간니가 완성되었을 때 소화능력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종적으로 이빨이 없어지면서 먹는 행위가 끝나고 삶이 마무리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이러한 만큼 이빨과 먹거리, 인생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설사 성인이라도 이빨에 문제가 있다면 씹어 먹는 음식은 부담이 되므로 유동식 정도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간에 체하는 것은 3가지 원인이 있다.
한의원에서 치료 중인 환자분들 가운데 간혹 체기를 호소하시는 경우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우리 한의원에서 치료 중에 체하는 것은 반칙이신데요. 오래 씹는 습관을 기르시도록 당부드렸는데 어떻게 체할 수가 있죠?”
한의원은 환자의 절반 정도에게 오래 씹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특히 식욕이 부진한 어린이들에게는 오래 씹는 것을 얘기하면서 씹기 힘들면 먹지 말고, 씹는 중에 맛있는 거, 저절로 넘어가는 것만 먹도록 권유한다. 이렇게 오래 씹고 먹는 것에 자유를 주다 보면 소화능력에 저절로 맞추어 먹는 틀이 생기면서 소화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어 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체했다면 오래 씹지 않은 반칙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체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은 과식으로 체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첫 수저에 체한 경우가 훨씬 많다. 체하는 경우를 말할 때 3가지 경우에 체한다고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첫 수저에 체한 경우이며, 둘째로는 마지막 수저에 체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맛없는 것을 먹었을 때 체한 것이다.
여기에서 첫 수저에 체한 경우란 우리 장부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이 유입되면서 씹는 행위와 식도의 운동, 위장의 운동이 일치되지 못해서 정상적인 자기 리듬을 가지지 못한 경우다. 아이들의 체기는 대략 절반, 어른들의 경우 대략 70~80%가 첫 수저에서 체한다고 볼 수 있다. 첫 수저에 체한 모습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데 기본적인 모습은 식도와 위장이 인식되면서 신경이 쓰이는 증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식후에 배가 고픈지 부른지 헷갈리는 증상, 위장에서 음식이 섞이지 않은 듯한 증상, 명치 부위가 타는 듯한 증상, 자신도 모르게 계속 물을 마시는 증상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수저에서 체하는 모습이란 결국 과식을 했다는 뜻이다. 마지막 수저를 위장이 감당하지 못하여 장의 운동성이 방해를 받는 모습이다.
그리고 맛없는 음식이란 실제 음식이 맛이 없거나 상했거나 내 몸의 상태가 안 좋아서 입맛이 없을 때 먹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혀에서 감지하는 미각이란 음식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음식을 감별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곧 먹고 있는 음식이 내가 소화할 수 있는가, 필요한가를 혀가 감별해서 필요한 음식이면서 소화를 할 수 있다면 혀가 맛있다고 판정을 하면서 삼키는 것에 협조하고, 소화가 어렵거나 불필요하다면 맛없다고 판정하면서 뱉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 맛이 없다는 것은 순수한 맛과 더불어 예전과 다른 느낌, 꺼림칙한 느낌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이다. 좀 더 포괄적으로 기분 나쁠 때 먹는 음식, 불편하게 먹는 음식들을 포함한다.
체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오래 씹어 먹는 습관이다.
특히 첫 수저는 반드시 오래 씹어 먹어야 하며 충분한 준비운동을 한 후 먹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준비운동이란 밥을 먹기 전에 물 한 모금 마시기, 국 한 수저 떠먹기, 죽이나 미음이 있으면 한 수저 떠먹기, 푸성귀(채소) 반찬 한번 집어 먹기 등을 말하며 이렇게 가벼운 음식으로 위장에 준비를 시킨 후에 밥을 먹으면 첫 수저에 체하는 것은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오래 씹어 먹는 습관으로 한 수저에서 마지막 수저가 20분 이상이 되면 먹는 중에 배부른 지점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어 과식을 예방할 수 있으며 약간의 과식마저도 감당을 할 수 있다.
특히 씹는 척하면서 급하게 먹으면 음식의 본맛을 느낀다기보다는 표면의 조미료, 감미료 기름에 코팅한 맛을 느끼면서 삼키게 된다. 오래 씹는 습관이 이루어지면 음식 안팎의 맛을 충분하게 음미하면서 자신의 소화능력에 맞게 먹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오래 씹는 습관은 기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몸과 마음이 급한 것이며 먹는 것도 급하게 먹는 것이다. 그러므로 식욕이 없어 억지로 먹는 일부를 빼면 대부분 한국인은 급하게 먹는 것이 문화적으로 각인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오래 씹어 먹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데 필자 스스로 경험과 환자의 경험으로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오래 씹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한 수저를 입에 넣은 후 무조건 3번을 저작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오래 씹기를 할 때 5번을 씹으면 음식이 넘어가던 사람은 6번을 씹으면 입안에 음식이 없어진다. 이러한 때 입안에 음식이 없더라도 24번을 헛 씹어서 30번을 채운 후 다음 수저를 드는 행위를 하루 3끼 3일만 반복하면 어느 순간 밥을 기준으로 30번을 씹을 때까지 입안에 음식이 남아있게 된다. 이후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먹어도 어느 순간 오래 씹는 사람이 되어 있게 된다.
이렇게 오래 씹는 습관을 통하여 본인의 능력에 맞추어 먹는 양과 종류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먹으면 성장 과정 중에 있는 어린이들은 몸이 완성되면서 소화능력도 완성되어 대부분 잘 먹는 아이가 될 수 있으며 성인도 먹는 것의 부담 없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