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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물을 어찌 먹을 수가 있노?

아버지와 생선회
아버지의 마지막 여행 18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사실 아버지는 잔인한 분은 못되었다. 살아있는 생물을 죽이는 걸 본적이 없다. 예전 분 같으면 산에서 토끼도 잡고, 꿩도 잡고, 하다못해 강에서 물고기도 잡아 잡수셨을 텐데,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는 일은 아주 끔찍하게 생각하셨다.

 

그렇다고 동물, 곧 고기를 안 드시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죽이는 작업은 예전부터 늘 할머니와 어린 내가 감당할 몫이었다.

 

한번은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한가위 하루 전날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할머니께서 우물가에 닭이 있으니 좀 잡으라는 것이었다. 늘 해 오던 일이라 나는 무심하게 우물가로 갔더니, 큰 수탉 한 마리가 다리와 날개가 묶여 넓적한 돌 아래에 눌려있는 것이었다.

 

이 풍경이 의아해서 닭을 왜 이렇게 해놓으셨냐 물었더니, 내가 오는 것을 기다리다 못한 할머니께서 아버지에게 닭을 잡으라고 성화를 내셨고, 아버지는 그 닭을 묶어 목을 비틀어 놨는데도 죽지를 않아서 큰 돌로 눌러 놨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숨 막혀 죽을 것으로 생각하셨다고 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정말이냐 물었더니, 아버지께서는 겸연쩍게 웃으시며

“닭이 실하다. 잘 안 죽네.” 하셨다.

 

그런 아버지는 활어회를 드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언젠가는 아버지 친구분들이 좋은 일식집을 모시고 갔는데, 살아있는 참돔을 회를 쳐서 머리 째 접시에 담아 들어오더란 다. 젓가락으로 회를 집는데, 이 참돔이란 놈이 입을 뻐꿈뻐꿈 거려서 기겁을 하셨단다.

“사람이 우찌 그리 잔인할 수가 있노? 살아있는 생물을 어찌 먹을 수가 있노?” 하셨다.

 

 

그래도 내가 아이와 함께 대구를 찾으면 아버지는 꼭 우리를 포항 죽도시장으로 데리고 가서 회를 사 주셨다. 아이에게 바다를 구경시키고 싱싱한 생선을 먹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아버지께는 한 번도 회를 사 드리지는 않았다. 아버지도 나도 살아있는 생선을 죽여서 먹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암묵적 합의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