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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한 소나무를 읊다

제목 : 분재(盆栽)한 소나무를 읊다

눈 쌓인 산 흐린 햇빛에 희미할 텐데 / 雪嶺迷煙日
어찌하여 이 와분에 와 있단 말인가 / 胡然在瓦盆
작은 먼지가 국토를 포함한다더니 / 微塵含國土
이게 바로 완연히 한 개 천지로구나 / 宛爾一乾坤

위 시는 고려 말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목은 이색(李穡, 1328~1396)의 <목은시고, 제19권>에 나오는 시이다. 시 제목은 “영분송, 詠盆松”인데 국역한 사람이 “”을 분재’라고 옮겨놓았다. 또한 중종실록 9권, 4년(1509)에도 분재 기사가 보이는데 “장원서(掌苑署)가 분재(盆栽)한 국화를 올리니, 전교하기를, 전일에 상전(上殿) 외에는 잡화(雜花)를 올리지 말라는 것을 이미 분부했는데, 어찌하여 이 꽃을 올리느냐?” “掌苑署進盆菊。 傳曰: “前日上殿外, 勿進雜花事, 已敎之, 何以進此花耶?”라고 나와 있다.

원문의 ‘분국, 盆菊’을 국역본에서는 ‘분재한 국화’라고 해놓았다. 한국어 위키 백과에 따르면 “분재: 중국, 일본, 대한민국 등의 전통 예술로 중국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중국에서는 약 2000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서기 1300년경에 일본에 전파되었다. 한반도에는 서기 7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 당나라나 송나라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Bonsai라는 영어식 표기는 분재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계 분재시장의 대부분을 일본산이 차지하고 있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사전대로라면 한반도가 일본보다 분재 역사는 길다. 그런데 왜 ‘분, 盆’을 버리고 ‘분재, 盆栽’를 택한 것일까? 분재인 들이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분재 풀이를 보면 “분재(盆栽) : 화초나 나무 따위를 화분에 심어서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꿈. 또는 그렇게 가꾼 화초나 나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이 말의 말밑(어원) 풀이이다. 글쓴이가 국립국어원에 ‘분재 어원’을 물어 보았더니 2009년 10월 5일자로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해주었다.

“한자어인 ‘분재’의 어원에 관해서는 ‘분재’의 원어인 ‘盆(동이 분)’과 ‘栽(심을 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러 자료를 검토하였으나, ‘분재’의 어원에 관하여, ‘분재’의 원어가 말해 주고 있는 것 이상으로 드릴 수 있는 정보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 온라인가나다 -

분재에 대한 정리를 해보자면, 분재(본사이, bonsai)’는 일본에서 쓰는 말로 이 말이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는 ‘분, 盆’이라고만 썼으며 분재 역사 또한 길다. 일본 분재역사는 700년, 한국의 분재역사는 무려 일본의 갑절에 해당하는 1300년에 이른다. 이런 전통을 가진 겨레가 왜 본사이(분재)라는 말을 따라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참에 근사한 토박이말을 전 국민 공모라도 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혹시 궤변자들은 ‘그럴 시간 있으면 그냥 본사이(분재)를 쓰고 다른데 신경 쓰라’ 고 덤벼들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숱한 일본말찌꺼기가 광복 66주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우리 말속에 독버섯처럼 박혀 있는 것이다. 분재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하다못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에 “분재라는 말은 일본말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말에서는 분(盆)이라고 썼다”라는 말이라도 덧붙였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59yoon@hanmail.net)

*앞으로 펴낼 <사쿠라훈민정음> 2탄 원고임. 1탄은 <아래 책 참조>
*글을 옮길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