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마자잎 무말랭이 호박오가리 / 갓 짠 들기름 향 머금은 나물 / 거친 기침 몰아쉬는 할배 저녁 밥상에 오르면 / 싸리울 마당 안 / 삽사리 살며시 코를 내밀고 / 작은 오두막은 금새 고소함이라 / 초승달 밤하늘 뭇별들 /이슬처럼 마당에 내려 앉는 밤/ 나주소반 위 나물 한 접시 /할배 기침 걷어주는 막걸리 한잔” - 이영옥 “나물 ” -
해소 기침 해대는 할아버지가 들기름 고소한 나물 한 접시 앞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정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고기 안주가 아니라도 한 겨울 어머니 손끝에서 무쳐 나오는 갖은 나물은 밥반찬으로도 그만이고 할아버지 막걸리 안주로도 으뜸이지요.
지금처럼 사계절 채소가 넘쳐나지 않던 시절 나물은 한겨울 밥상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김장을 마치고나면 무청을 짚으로 엮어 담장 옆에 나란히 걸고 단물 오른 무는 얇게 썰어 채반에 펼쳐 말리지요. 그 밖에도 호박, 가지, 피마자잎사귀, 고구마순, 취나물, 고사리 따위의 나물들을 깨끗이 손질하여 햇볕에 말려두면 겨울 한철 훌륭한 밥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갖은 나물에 오곡밥을 먹는 보름입니다. 가을 내내 갈무리 해두었던 나물을 꺼내어 고소한 들기름에 갖은 양념을 넣어 무쳐내면 천하의 진수성찬이 따로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