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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38. 스무 번이나 벼슬을 마다한 백의정승

   

삶에서 처음과 끝이 일치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3·1독립선언문을 기초한 33인 가운데 만해 한용운을 빼고는 모두 변절했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런 점에서 삶이 일관되었다는 것은 크게 존경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 사람의 하나가 바로 “백의정승”이라 불리는 조선 중기 문신 윤증(尹拯, 1629~1714)이지요.

그는 일생동안 벼슬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라에서 스무 번이나 벼슬을 내려주려 했지만 86살로 세상을 뜰 때까지 결코 벼슬자리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특히 36살에 공좌좌랑 자리를 마다했으며, 40살에 전라도사, 57살에 이조참판, 68살에 공조판서, 81살에 우의정 자리를 주려 했지만 그는 전혀 벼슬자리를 탐내지 않았지요. 더구나 우의정 자리를 사양하는 상소를 열여덟 번이나 올리는 등 그의 말년은 벼슬과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이러한 그를 보고 사람들은 “백의정승”이라고 불렀습니다.

물론 그는 벼슬에 혐오감을 가진 은둔거사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당시 당쟁으로 날이 새던 조정에 나아가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입니다. 인조, 효종, 현종, 숙종의 네 임금 대에 살았지만 임금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정승 반열에 오른 유일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벼슬 하나 하려고 온갖 추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생을 벼슬자리 탐하지 않고 살다간 윤증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