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움 내보이는 삼봉의 빛은 / 다섯 해 이전과 같은 듯하네 / 푸른 이끼 낡은 집에 그대로 있고 / 붉은 잎은 수풀에 물들어 곱네 / 이리저리 떠돈 적이 하도 오래라” 위 시구는 추사의 ≪완당전집≫ 제9권에 나오는 <가을날 과지초당에 거듭 오다[秋日重到瓜地草堂]>의 일부분입니다.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에 있는 과지초당(瓜地草堂)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아버지 김노경(金魯敬, 1766~1837)이 1824년 과천에 마련한 별서 곧 별장입니다. 추사는 1837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의 묘를 이곳에서 가까운 옥녀봉 중턱에 모시고 3년상을 치뤘으며 말년에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10년 동안의 제주도 유배와 2년의 함경도 북청에서의 유배생활을 마친 추사는 이곳 과지초당에 와서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습니다.
추사가 죽기까지 4년을 머물렀던 과지초당은 과천시에서 2,055㎡ 터에 한옥 2동(66㎡) 규모로 복원하고, 초당 인근에 있던 항아리로 만든 ‘독우물’도 옮겨놓았으며, 소규모 공원과 함께 2007년11월 29일 준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주변에는 경성제국대학 교수 출신 추사 연구가 후지츠카(藤塚隣, 1879-1948)의 아들 아키나오(藤塚明直, 1921-2006) 씨가 기증한 추사 친필 글씨 26점, 추사와 관련된 서화류 70여 점 등을 전시할 추사박물관을 짓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곳에서 추사 김정희의 친필을 만나 볼 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