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는 조선후기 대표적인 도화서 화원으로, 한국적이고 운치 있는 멋진 작품을 그린 화가입니다. 그런가 하면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박하고 사실적인 그림 곧 풍속화를 많이 그렸지요. 여기 '서당'이란 이름의 그림도 역시 그러한 작품 중 하나로, 당시 서당에서 공부할 때 일어난 재미있는 광경을 묘사한 것입니다.
그림을 보면 가운데서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회초리가 훈장 옆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동몽선습이나 명심보감을 외우지 못해 방금 종아리라도 맞은 모양입니다. 이를 바라다 보는 다른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으며, 훈장마저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져 있습니다. 이 그림이 종아리를 맞기 전의 모습이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대부분 댕기머리를 하고 있는데 갓을 쓴 기혼자도 있습니다. 정면이 아닌 사선구도의 짜임새 있는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데 배경은 역시 아무것도 없이 비워 놓았습니다. 종이에 수묵담채 곧 먹으로 그린 위에 엷게 색을 칠한 그림입니다. 요즘 교육현장에서 지나친 교사의 체벌과 매질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김홍도의 '서당'은 풋풋한 스승과 제자간의 인간냄새 물씬 느껴지는 정경입니다. 훈장 옆에 놓인 가느다란 회초리는 훈육의 뜻으로만 가볍게 준비 해둔 느낌이 듭니다. '어떠한 경우도 매를 들 수 없다'는 게 요즈음 분위기입니다만 그럴수록 김홍도의 서당풍경은 정겨운 사제지간을 느끼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