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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11. 노약자의 원기를 북돋아주는 삼합미음

   

1809년(순조 9) 빙허각(憑虛閣) 이 씨가 엮은 생활 경제 백과사전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보면 “삼합미음(三合米飮)”이란 죽이 나옵니다. 삼합미음은 홍합ㆍ해삼ㆍ쇠고기를 찹쌀과 함께 만든 미음이지요. 미음은 죽보다 훨씬 묽은 농도로 재료의 낟알갱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고아 먹는 것으로 환자에게 쉽게 영양분을 보충해 줄 수 있습니다.

≪규합총서≫의 만드는 법을 보면 마른 해삼은 물에 담갔다가 돌에 문질러 깨끗이 씻어 검은 빛을 없애고, 홍합은 털을 없애며, 쇠고기는 기름기 없는 것으로 준비한 뒤 찹쌀은 씻어 불려 두는데 찹쌀 대신 생동찰(차조의 하나)을 넣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큰 솥에 손질한 홍합ㆍ해삼ㆍ쇠고기를 넣고 물을 부어 고아 내지요. 재료가 충분히 무르면 찹쌀을 넣고 쌀 알갱이가 퍼질 때까지 끓인 다음 체에 걸러 냅니다. 3년 묵은 검은 장을 조금 타서 간을 맞추어 먹으면 노약자의 원기를 보충해 주고 병든 사람에게도 좋다고 합니다.

명리학 용어에서 유래한 삼합(三合)은 한국에선 주로 성질과 맛이 서로 다른 세 가지가 어우러져 기이한 조화를 이룰 때 쓰이는 말입니다. 삼합미음 말고 삼합음식을 들라하면 삭은 홍어ㆍ묵은 김치ㆍ삶은 돼지고기를 함께 싸서 먹는 홍어삼합이 있습니다. 홍어삼합과는 달리 삼합미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혹시 집안에 환자가 있다면 정성으로 삼합미음을 쑤어 드시게 하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