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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28. 토란이 밑 들어가는 칠월의 들녘에서

   

토란 밭에서 웃자란 토란잎을 따줬다 / 무성한 잎들이 가을 나뭇잎 떨어지듯 떨어져 갔다 / 굵은 알이 들도록 웃자란 잎들은 /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했다 / 열매를 먹든지 줄기를 먹든지 / 어느 하나만을 잡아야 / 실한 놈을 건진다는 사실을 / 토란 밭을 매며 다시 배웠다
- 김옥광 ‘토란 밭에서’-

‘알토란 같다’라는 말로도 쓰이는 토란(土卵)은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면 정말 찐 달걀 모양으로 앙증맞습니다. 토란은 다 자라면 키가 보통 80~120cm인데 토란 밭에 서면 토란이 가슴에 닿을 만큼 키가 크며 잎은 두툼한 게 넓은 방패 모양인데 어떤 것은 우산으로 써도 될 만큼 큼지막하지요. 토란은 뿌리와 줄기를 먹으며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고려 때 펴낸 《동국이상국집》에 “시골 국은 토란을 삶았고(村羹烹土卵), 손의 밥상에는 나물이 풍족하구나(客俎厭山膚)”라는 글이 보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먹어 오던 식물입니다.

땅토란, 우자(芋子), 타로감자, 토련(土蓮), 토지(土芝) 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토란의 주성분은 당질, 단백질이지만 다른 뿌리작물에 비해서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특히 천연성분인 멜라토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불면증이나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수확은 보통 10월 중순 무렵에 하며 줄기는 나물로 먹거나 육개장같이 국에 넣어 먹고 뿌리는 고소한 들깨를 갈아 넣은 들깨 토란탕이 인기지요.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문집인 《송자대전(宋子大全)》에 보면 “소작인이 올린 밥상에는 삶은 토란이 주발[椀]에 가득히 들어 있었는데, 숙부가 그것을 가장 좋아하여 드셨다.”라는 말이 보이듯 토란은 감자처럼 굽거나 쪄서도 먹고 된장찌개에도 넣는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이고 있습니다. 가을의 탐스런 알토란이 되려고 칠월의 들녘엔 지금 토란대가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