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사직동 1-28 곧 광화문에서 사직터널 들어가기 300m 전쯤에는 사직공원이 있고 그 안에 사직단(社稷壇)이 있습니다. 사직단은 조선시대 땅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지요. 농사가 나라의 바탕이었던 예전엔 농사를 관장한다고 믿었던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태조는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면서 고려의 제도를 따라 1395년(태조4)에 경복궁 동쪽에는 종묘를, 서쪽에는 사직단을 설치하였지요. 사직단은 홍살문이 설치된 두 겹의 담장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데 동쪽에는 사단, 서쪽에는 직단이 있습니다. 두 단의 모양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의 원리에 따라 한 변이 7.65m인 정 사각형이고 높이는 약 1m입니다. 사직단에서는 1년에 네 차례의 대사(大祀)와 선농(先農)·선잠(先蠶)·우단(雩壇)을 제사지내는 중사(中祀), 그 밖에 나라에서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기곡제(祈穀祭)와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1911년 일제가 조선의 기운을 끊으려고 사직단의 제사를 없애고, 주변을 공원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와 더불어 사직단을 관리하던 사직서와 제사를 지내기 위한 부속건물들을 없애고 터를 떼어 학교를 세웠으며, 에움길(우회도로)도 냈지요. 훼손의 역사는 해방 뒤도 계속되어 사직단 정문(보물 제177호)은 1962년 길을 넓힐 때 원래 위치에서 14m 뒤쪽으로 밀려났을 뿐만 아니라 1970년대에는 도서관·수영장·동사무소·파출소 등이 세워졌습니다. 가까이에 단군성전과 국궁 활터인 황학정이 있는 이 사직단은 이제 그 기능을 잃었지만 조선시대엔 나라의 바탕이 되었던 곳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