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 옥중의 아들아 /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칼이든 총이든 당당히 받아라 / 이 어미 밤새 / 네 수의 지으며 / 결코 울지 않았다 /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 비굴치 말고 / 당당히 /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위 시는 얼레빗 작가의 한 분인 이윤옥 시인이 광복절을 맞아 펴낸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에 있는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를 노래한 것입니다. 이윤옥 시인은 몇 해 전 학생들에게 여성독립운동가를 써보라고 했는데 거의 백지로 낸 것에 충격을 받아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시를 쓰기로 맘먹었다고 시집 머리말에서 말합니다. 현재 훈포장을 받아 보훈처에 등록된 여성독립운동가는 202명이나 되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잘 모르고 있지요.
이 시집은 춘천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임신부의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쓴 남자현, 안동의 독립운동가 3대를 지키고 그 자신 만세운동으로 잡혀가 두 눈을 잃었던 김락 애국지사를 비롯한 스무 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시와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어 다른 시집에서 볼 수 없는 잔잔한 역사적 감동이 묻어남을 느끼실 겁니다.
이 시집을 내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자료부족이었다고 합니다. 남성 독립운동가들은 많이 알려지고 연구서도 제법 있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는 제대로 된 자료가 많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몇 줄의 기록밖에 없는 분도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에 이분들이 살았던 곳을 확인하려고 직접 임시정부의 피난 길이었던 중국의 항쩌우, 쟈싱, 창사, 꽝쩌우, 류쩌우, 뀌양, 치쟝, 충칭 등을 돌아보았으며, 국내에서는 안동의 김락 지사, 춘천의 윤희순 지사의 생가나 무덤 등도 돌아보았고 생존해 계시는 애국지사인 이병희(95살)ㆍ오희옥(86살) 여사도 만나 보는 등 발로 뛴 흔적이 행간에 뚝뚝 묻어나는 시집입니다.
시집의 표지는 얼레빗 화가인 이무성 화백의 맛깔스러운 솜씨이지요. 책 속에는 무명지 잘라 조선독립원이라는 글씨를 쓰는 남자현 여사의 그림, 백범 김구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의 밥사발 든 모습 등 여러 장의 인물 삽화가 들어 있는데 이 그림도 모두 이무성 화백의 그림으로 사진 한장 없는 애국지사들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나오자마자 세간에 큰 화제가 되어 연합뉴스에서 대서특필하였고, 전국 50여 인터넷신문과 종이신문에서 앞다투어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이제 곧 다가 올 66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노래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읽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애국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