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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58. 물고기 비늘처럼 돌을 쌓아 만든 농다리를 보았나요?

   

“비늘처럼 쌓인 보랏빛 돌들이 / 서로 껴안고 / 즈믄 세월을 보냈다 / 쓸어내리려는 억센 물줄기에도 / 서로 보듬으며 / 닳아 문드러질지언정 흩어지지 않았다 / 친정아버지 잃은 젊은 아낙도 / 용마 타고 다리 놓던 임 장군도 / 모두 떠난 지금 / 즈믄 해의 숨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살 위로 / 빠알간 고추잠자리 몇 마리만 맴돌고 있다.”

위는 진여숙 시인의 '진천 농다리'입니다. <농다리>는 대그릇 농(籠) 자를 써서 큰물을 담을 수 있다 하여 붙인 이름으로 한자 이름으로는 농교(籠橋)라고 부르며, 위에서 보면 커다란 지네 같다고 하여 지네다리, 장마 땐 물이 다리 위를 넘어간다 하여 수월교(水越橋)라고도 합니다. 이 다리와 관련된 전설로는 고려 고종 때 임행(林行) 장군이 눈보라가 치는 겨울 아침 마을 앞 세금천(洗錦川)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때마침 젊은 부인이 친정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차가운 물을 건너려는 효심에 감탄, 용마를 타고 하루아침에 이 다리를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농다리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을 흐르는 세금천에 있으며 고려 때 놓은 것으로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다리입니다. 이 다리는 보랏빛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만들었는데 돌의 뿌리가 서로 물리도록 쌓았으며 돌 사이를 석회로 채우지 않았지만 천 년 동안 장마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요. 요즘 같은 신건축공법이 아닌 기술임에도 천 년의 세월을 꿋꿋이 견딘 농다리는 건축학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라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징검다리 같은 모습을 띤 이 <농다리>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 <장희빈>, <종이학>, <모래시계> 따위의 드라마나 영화에도 곧잘 등장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농다리 보존위원회>를 만들어 2000년부터 “농다리 큰 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농다리> 위를 호젓하게 걸으며 천여 년간 쉬임없이 흐르는 물살의 속삭임을 들어 본 뒤 이곳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독립운동가 이상설 열사 생가와 송강 정철의 사당 <정송강사> 등을 둘러보는 것도 뜻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