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립국어원에서는 된소리가 아닌 예사소리 “자장면”이 표준말이 되어 짜장면으로 소리 내지 말라고 가르쳐왔습니다. '짜장면'은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생기면서 국립국어원이 '자장면'을 표준말로 삼은 것이 화근이 되어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듯했지요. 중국어 표기 원칙에 따라 된소리를 피한다는 명목과 '짜장면'을 굳어진 외래어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은 많은 문인과 국어학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다음 카페에 '짜장면되찾기국민운동본부'까지 결성할 정도였지요. 그런 ‘짜장면’이 무려 25년 만에 복권되었습니다. 이제 맘 놓고 ‘짜장면’을 써도 좋은 것이지요.
이번에 함께 표준말로 지정된 것들을 보면 조어법에 맞지 않는다며 쓰지 못하게 했던 “먹거리”를 표준어로 추가했으며, 문학용어로는 쓰였지만 그동안 표준말로 인정받지 못했던 내음, 나래, 뜨락 따위도 표준말이 되었고, 고양이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의 “괴발개발”에 개의 발과 새의 발이란 뜻의 “개발새발”도 표준말이 되었습니다. 그밖에 ‘복사뼈’에 ‘복숭아뼈’가, ‘허섭쓰레기’에 ‘허접쓰레기’가, ‘떨어뜨리다’에 ‘떨구다’가, ’두루뭉슬하다‘에 ’두루뭉실하다‘가, ’맨송맨송‘에 ’맹숭맹숭ㆍ맨숭맨숭‘이, ’치근거리다‘에 ’추근거리다‘가 새로 표준말로 추가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표준말로 인정되지 못해 아쉬운 것들이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의 입에 이미 굳어진 된소리 ‘쭈꾸미’를 ‘주구미’라 하는 것과 문학적 용어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잎새’가 아직 복권이 안 된 것입니다. ‘주구미’라는 말의 어감이 결코 좋지 않은데도 ‘주구미’라고 우기는 까닭이 궁금하며, ‘잎새’를 대신할 문학적 용어를 찾을 수 없을 것이기에 단순히 사투리라며 사전에서 빼버린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국어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말글생활과 동떨어진 정책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