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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62. 이웃과 함께하는 따스한 한가위

   


수원시 조원동 보훈복지타운아파트에는 올해 86살의 애국지사 오희옥 여사가 살고 계십니다. 이 오희옥 여사를 한가위를 앞두고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부 회원들이 찾았습니다. 좁은 방안에는 십여 명이 앉을 수가 없어 일부는 밖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방에 들어간 회원들은 모두 오희옥 애국지사께 먼저 큰절을 올렸습니다.

“아이구, 절은 무슨…. 아이고 미안해서…. 고맙고….” 오희옥 여사님은 수줍은 새악시 모양 자꾸 부끄러워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부 회원들이 오희옥 여사를 알게 된 것은 이윤옥 시인의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20인)≫을 통해서였지요. 이 시집에서 오희옥 여사가 수원에 사시는 것을 알고 이 시인과 회원들이 한가위 명절을 맞아 선물을 사들고 찾은 것입니다.

수원지부(지부장 정명재)회원들의 숨은 봉사는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애국지사 조문기 선생님 댁을 명절마다 찾아가 인사를 드렸고 선생님 사후에는 병중의 사모님을 돌보고 명절 때마다 제사용품까지 마련하여 찾아다니는 등 보이지 않는 선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희옥 여사님을 모시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는데 그 자리에서 오 애국지사님은 ‘목포의 눈물’을 부르셨습니다. 혼자 사시면서 노래는커녕 말동무도 없다가 찾아간 수원지부 회원들이 아들딸이라도 되는 양 흥에 겨워 하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특히 전 지부장인 한선희 씨는 맏며느리처럼 식당 문을 나서면서 열무김치를 맛있게 드시던 오희옥 여사님을 위해 주인에게 김치를 따로 싸달라고 해서 손에 들려드리는 자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풍요로운 한가위라고는 하지만 주변에는 홀로 쓸쓸히 명절을 맞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인정이 넘치던 우리 겨레의 후손된 도리는 바로 이런 분들을 찾아뵙고 잘 빚은 송편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