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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68. 제주 사람들이 사악한 기운을 쫓던 거욱대

   

“바람이 불고 / 사나운 파도 몰아치는 섬 / 할멍의 손자 몸에 붙으려는 귀신 / 훠이훠이 물러가라 / 물러가라 / 마을의 액운을 막아내는 / 거욱대 너머 / 먼바다에서 들려오는 / 신의 울부짖음 / 파도소리 섞여 살로 파고드는 밤 / 오늘 밤 누가 또 죽어가는가 / 오 신이여!” -추성순 <알작지 거욱대>-

제주시 내도동은 반질반질하고 색이 다양한 조약돌로 이루어진 바닷가(알작지)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는 돌로 탑을 쌓아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거욱대[防邪塔]”가 있는데 사람 키보다 높은 크기로 돌탑을 쌓아 올린 곳에 언뜻 보면 남성의 상징물 같은 뾰족탑이 서 있습니다. 이 거욱대는 마을 어느 한 방향으로 불길한 징조가 비치거나, 풍수지리설에 따라 기운이 허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액운을 막으려고 세웠는데 거기에 더하여 마을의 안녕을 지키며 전염병과 화재예방, 바닷일에서의 안전과 아이를 잘 낳게 한다는 속설까지 섞여 있어 섬지방인 제주의 고유신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도동 거욱대는 제주시 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밖에도 제주시 이호동, 북제주군 한경면 용수리, 남제주군 대정읍 무릉리 등에 38기의 거욱대가 남아 있으며, 그 중 17기가 민속자료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거욱대는 뭍의 솟대와 비슷한 구실을 하며 장승이나 미륵신앙의 흔적도 보입니다. 이러한 거욱대를 비롯한 민속유물들을 마을에서 만나면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가만히 귀 기울여 옛 사람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