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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93. 광주학생운동의 불을 댕긴 이광춘 여사

   

애비 놈들 남의 나라 삼키더니 / 그 자식들 통학하며
싸가지 없이 / 조선인 여학생 댕기를 잡아 당겼것다
아야야야 아야야야 / 그 광경보다 못해 조선 남학생들
왜놈 학생 멱살 잡고 한 대 날렸것다 … 어린 학생 잡아다가 고문하던
왜놈 순사들 / 머리채 잡아끈 후쿠다(福田修三)는 놔두고
힘없는 나주의 딸 이광춘만 / 머리끄댕이 잡히고도 퇴학당했다지 …

- 이윤옥, 《서간도 들꽃 피다》

오늘은 달력에 '학생의 날'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과연 무엇을 기리는 날일까요? 이날은 정확히 말하자면 '광주학생운동의 날'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10월 30일 오후 5시 30분 나주역에서 한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통학열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빠져나가던 한국인 여학생의 댕기 머리를 일본인 남학생이 잡아당기며 희롱한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보다 못한 조선 남학생들이 뛰어들어 난투극이 벌어졌고 이날 사건으로 조선인 학생들이 많이 잡혀갔습니다.

이후 11월 3일 대항일 학생운동이 전개되는데 마침 11월 3일은 일본 명치왕의 생일이었지요. 이날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은 명치절 기념식 뒤에 있을 신사 참배를 거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 결의는 길거리투쟁으로까지 번졌고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 39명과 광주농업학교 학생 한 명이 구속되기에 이릅니다. 이에 일본 학생에게 댕기머리채를 잡혔던 이광춘을 비롯한 여학생들은 백지시험 동맹을 맺고 시험당일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시험 날 아침인 11월 13일 급우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자 이광춘은 “친구들은 감옥에 있는디 우리만 시험을 볼 것이냐?”라고 하면서 시험지를 놔두고 교실을 뛰쳐나갑니다. 이에 동조한 친구들과 전교생이 삽시간에 뛰쳐나가는 바람에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급기야 이광춘의 백지시험 동맹은 거족적 학생운동으로 번져 194개 학교에서 5만 4,000여 명이 민족 차별과 식민지 노예교육 철폐를 요구하기에 이르지요. 물론, 이 사건으로 이광춘은 퇴학 처리되었고, 당시 고등계 형사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했던 사건이 바로 광주학생운동의 날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20인을 다룬 <서간도 들꽃 피다>"이광춘 애국지사편 91쪽에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