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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09. 휘엉청 보름달 뜬 임진강에 배 띄운 그림 "우화등선"

   

1742년 10월 보름날, 경기도 관찰사 홍경보(洪景輔, 1692~1744)는 당시 최고의 화가인 양천현령 겸재 정선(鄭敾, 1676~1759), 문장가인 연천현감 신유한(申維翰, 1681~1752)과 함께 뱃놀이를 합니다. 이 세 사람은 북송 시인 소동파처럼 연강(漣江, 임진강)에 배를 띄운 것입니다. 이날의 뱃놀이를 정선이 그림을 그리고, 홍경보와 신유한이 글을 써서 화첩(畵帖) 세 벌로 남겨 한 벌씩 나눴지요. 이 화첩 이름은 '연강임술첩(漣江壬戌帖)'입니다.

“우화등선(羽化登船)”이란·“우화정(羽化亭)에서 배를 타다”란 뜻이지요. 당시 66살 최고 전성기였던 정선은 이 그림과 “웅연계람(熊淵繫纜)” 곧 “웅연나루에 정박하다”라는 그림과 함께 이날의 뱃놀이를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해거름 하늘은 옅은 먹으로 은근히 그렸으며, 강가의 벼랑은 짙은 먹의 부벽준(산수화에서 도끼로 찍은 듯한 자국을 남겨 표현하는 동양화 기법)으로 대담하게 표현했지요. 겸재의 인왕제색도, 금강전도가 바위와 산을 그린 대표작이라면 이 작품은 강에 대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11월 29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리는 “조선후기 산수화전 : 옛 그림에 담긴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이밖에 정선의 춘하추동 산수와 이인문의 사계산수첩을 비롯해 심사정의 심산운해(深山雲海) 같은 그림들도 이번에 처음 공개됩니다. 겸재의 금강전도와 인왕재색도에서 감명을 받았다면 이 전시회에 발걸음을 하여 우화등선도 감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