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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10. 마을을 감아도는 또랑과 또랑광대 이야기

   

예전 우리 마을마다 또랑광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또랑광대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판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합니다. “또랑”이란 집 담벼락 옆을 흘러가는 작은 실개천을 일컫는 말이지요. 따라서 또랑광대는 또랑에서나 소리자랑을 하는 어쭙잖은 소리광대라는 뜻으로 마을에서나 소리 좀 한다고 우쭐거린다며 비하하여 일컫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또랑광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편 없는 광대일 뿐일까요?

실제 예전 또랑광대는 마을의 크고 작은 일 어떤 마당이나 사랑방 같은 삶의 곳곳을 지키며, 판을 살리던 감초 같은 존재였습니다. 소리꾼은 소리꾼이되 음악성에 파묻히지 않은 채 판이 요구하는 소리를 하던, 아주 중요한 광대였지요. 늘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과 만드는 판이기에, 판에 보이는 이웃의 면면과 일상사를 훤히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편안함과 익숙함에서 오는 즉흥 사설, 판을 자유자재로 놀리는 놀이성,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덕담이나 재담, 그리고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풍자와 해학을 맘대로 구사하던 이들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들 또랑광대는 마을에서 없어서 안 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음악성뿐만 아니라 사회성, 더더구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다면 어쩌다 찾아오는 명창보다는 또랑광대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이지요.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수많은 또랑광대 속에서 명창이 나옵니다. 다시 말하면 또랑광대 없는 명창은 없다는 말입니다. 세상이 보잘 것 없이 비하하는 또랑광대에게 우리 크게 손뼉을 쳐주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