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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17. 지네의 천적 닭, 스님들을 살리다

   

예전 황해도 장연군에 계림사(鷄林寺)라는 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하룻밤만 자면 스님이 한 사람씩 사라지곤 해 절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고승이 이 말을 듣고는 닭 천 마리를 키우라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계림사는 닭 천 마리를 키웠는데 그 뒤론 스님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천 마리의 닭이 스님들을 해친 한 발(길이를 잴 때, 두 팔을 잔뜩 벌린 길이)이나 되는 지네를 죽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절의 이름이 계림사가 된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설화에서 옛 사람들은 지네가 대개 땅속이나 동굴, 오래된 절이나 사당 또는 대갓집의 대들보 속에 숨어 살면서 밤이면 슬그머니 나타나 독을 뿜어 사람들을 해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네가 이런 악역을 맡게 된 것은, 옛 선인들이 지네가 안개와 구름을 일으키고 농사와 기후를 조절하며 인간의 생명과 질병을 다스리는 지하계의 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지네를 물리치는 동물이 왜 닭일까 하는 점입니다. 그것은 닭이 어둠을 쫓고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이지요. 곧, 사악한 것을 쫓는 벽사의 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어둠의 신으로 생각된 지네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벽사의 기능 말고 실제로 닭이 지네를 잘 물리치는 까닭은 지네같은 꿈틀거리는 벌레를 보면 끝까지 쫓아가 일단 발로 밟아서 꼼짝 못하게 한 다음, 부리로 쪼아 먹는 습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