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좋은 날이라 양기운(陽氣運)이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특별히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가 (중략) 사립문 닫았으니 초가집이 한가하다 짧은 해 저녁 되니 자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짜네” <농가월령가> 11월령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스물한째 동지입니다. 동지(冬至)는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인데 작은 설날 곧 아세(亞歲)라고도 하지요. 동지는 겨울의 중심으로 이날 밤이 가장 길다고 하는데 사실은 낮이 길어지면서 농가월령가 노래처럼 양기운이 점차 커지기 시작합니다. 눈이 오고 얼음이 얼면 모든 만물이 죽은 듯 잠잠하지만 슬슬 커지는 양기운과 함께 저멀리 봄기운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지요.
추운 동지 즈음에 옛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만 돌본 것이 아니라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을 줄 알았음은 물론 그 팥죽을 고수레를 통해 가엾은 짐승들에게도 나눠주었습니다. 또 동지에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지요. 이날부터 섣달 그믐날까지는 영육간의 모든 빚을 갚고 새 기분으로 설날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빚을 갚지 못했어도 절대 독촉하는 경우가 없었지요.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것처럼 동지에는 달력도 선물했습니다. 이렇듯 동지에는 이웃과 정을 나누고 들짐승에게 팥죽 한 국자라도 던져주는 아름다움을 실천했던 날로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조선의 마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