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문신인 허종이 함경도 일대를 수시로 쳐들어와 백성을 괴롭히는 오랑캐를 막으려고 의주에 도착합니다. 이에 백성은 허종을 환영하는 뜻에서 도미에 여러 가지 양념을 한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였지요. 허종이 처음 먹는 음식이어서 백성에게 그 음식의 이름을 물으니 허종을 위하여 처음 만들었으므로 아직 이름이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술과 미녀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허종은 음식의 맛이 매우 훌륭하여 술과 기생보다 더한 즐거움을 준다는 뜻으로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고 불렀지요.”
위 내용은 1940년에 홍선표가 펴낸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 나오는 승기악탕의 유래입니다. 이 승기악탕(勝妓樂湯)은 숭어 또는 잉어, 조기, 도미 따위의 생선을 구워 여러 가지 푸성귀(채소)와 ·고명을 넣어 함께 끓인 것으로 ‘승가기탕(勝佳妓湯)’ 또는 ‘도미면’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승기악탕은 책에 따라 조금씩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가 다릅니다. 먼저 《규합총서》에 나온 ‘승기악탕’은 닭찜을 말합니다. 그러나 고종 때 잔칫상에 올라간 '승기악탕'은 숭어에 여러 가지 고기를 넣어 만든 탕을 말하지요. 또한, 1917년 방신영이 펴낸 《조선요리제법》과 1924년 이용기가 펴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온 ‘선기야탕’도 비슷한 음식으로 보입니다. ‘승기악탕’ 같은 귀한 음식들이 또 얼마나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와같은 숨겨진 전통음식들이 속속 햇볕을 보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