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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36. 수룡음(水龍音)으로 정사(政事)를 살핀다

   

절벽은 천 길 깎아지르고 폭포는 거기 걸렸으니 / 壁立斷崖千飛流懸
마치 은하수가 푸른 하늘에서 오는 것 같도다 / 有如銀漢來靑天
창공을 울리는 음향, 용의 읊조림을 듣는 듯 / 隱空似聽水龍吟
진주 찧고 옥 부숴 쏴쏴 만 길 높이로다 / 珠玉碎兮萬尋
용은 보물을 품고 그 못에 누웠는지 / 龍應抱寶潛其淵
음침한 골짜기는 낮에도 항상 구름이요 연기로다 / 陰壑白日常雲煙

위는 동문선 제7권 "박연폭포행"에 나오는 시 일부인데 셋째 단락 끝 부분에 보면 “수룡음(水龍吟)”이란 말이 나옵니다. 말뜻대로라면 용이 물속에서 읊조린다는 뜻이지요. 용이 어떻게 읊조릴까요? 흔히 '수룡음'은 '생소병주‘ 곧 생황(笙簧)과 단소(短簫)가 함께하는 음악인데 참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납니다. 태종실록 2년(1402년) 6월 5일자에 보면 예조에서 궁중 의례 때 쓰는 음악 10곡을 올리는데 '수룡음'은 셋째에 속하는 음악입니다. 그러면서 10곡을 고른 까닭을 말합니다.

“신 등이 삼가 고전(古典)을 돌아보건대, ‘음(音)을 살펴서 악(樂)을 알고, 악(樂)을 살펴서 정사(政事)를 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악(樂)을 합하여 하늘의 신령과 땅의 신령에 이르게 하며 나라를 화합하게 한다."라는 이유를 들어 이러한 곡을 쓰도록 권합니다. 예전에는 임금도 '악(樂)'을 알아야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그 '수룡음'은 이렇게 임금이 바른 정치를 하도록 하는 음악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년 10월 8일 창경궁 명정전 뒤뜰에서’ 창경궁의 밤’ 공연 때 수룡음을 선보였는데 올해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수룡음'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용의 해에 들으면 제격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