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음식은 차례음식이므로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쓰지 않습니다. 전이나 나물따위가 평소보다 많으므로 명절 끝에는 이러한 음식을 한데 넣어 고추장으로 비벼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이 고추장을 “메줏가루에 질게 지은 밥이나 떡가루, 또는 되게 쑨 죽을 버무리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섞어서 만든 장”이라고 설명해 놓았습니다. 고추장에 관한 이른 기록은 1611년(광해군 3)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나오는 초시(매운 메주)란 말을 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고추장에 대한 문헌으로는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洪萬選:1643∼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가 있습니다. 이 책에는 “만초장법(장 담그는 법)”이 나오고, 1766년 유중림(柳重臨)이 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콩으로 만든 말장(末醬, 메주)가루 한 말에 고춧가루 세 홉, 찹쌀가루 한 되를 취하여 좋은 청장(진하지 않은 간장)으로 담가 햇볕에 숙성시킨다."라고 쓰여 있어 오늘날과 비슷한 고추장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표(李杓)가 쓴 조리서 ≪수문사설≫ 중 식치방(食治方) ‘순창 고초장 조법’에서는 전복, 큰새우, 홍합, 생강 같은 것들을 넣어 담근 기록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순창고추장 담그는 비법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고추장 담금법과 같은 방법은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나옵니다. 여기에는 고추장 메주를 따로 만들어 담그는 방법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방법을 잘 소개하고 있지요. 고추장, 된장, 간장을 손쉽게 사먹는 요즈음 꿀, 육포, 대추를 섞고 소금 대신 청장으로 간을 맞추어 담그던 화려한 방법은 문헌으로만 전해지는 듯하여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