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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67. 두 가지 전설이 전해오는 양양 하조대

   

“젊어 여기서 꽃을 한 번 보았는데 少年曾此一看花
늙어서 지금 오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老大今來感慨多
세월은 머물지 않아 사람은 다 바뀌었는데 歲月不留人換盡
눈앞의 풍물들은 오히려 번화하기만 하구나 眼前風物尙繁華“

위는 고려 말 조선 초 문신인 하륜(河崙, 1347~1416)의 한시입니다. 하륜은 조선 초 이방원을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하였고 왕권강화의 기틀을 다지는 데 이바지하였으며, 이첨과 함께 《동국사략(東國史略)》을 편수 했습니다.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에는 '하조대'라는 정자가 있는데 이곳은 하륜과 더불어 고려 말·조선 초 문신인 조준(趙浚, 1346~1405)이 숨어 살았던 곳으로 하씨와 조씨의 앞글자를 따서 '하조대(河趙臺)'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하조대에는 하륜과 조준의 이야기 말고도 또 다른 전설이 서려 있습니다. 하조대 근처에는 하씨 성을 가진 잘 생긴 청년이 있었는데, 그 이웃에는 조씨 성을 가진 혼기가 찬 처녀 자매가 그 청년을 서로 사랑했지요. 이에 총각은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어서 세 사람이 함께 저 세상에 가서 같이 살자며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깍아지른 절벽 아래서는 오늘도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러한 하조대는 문화재청에서 명승 제68호로 지정한 곳입니다. 예로부터 이곳을 한번 거친 이는 저절로 딴사람이 되고 10년이 지나도 그 얼굴에 산수자연의 기상이 서려 있다고 할 정도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지요. 또 정자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나이가 200살 된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기암절벽 위에 절묘한 자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흙이라고는 한 줌도 없는 바위틈에서 온갖 풍파를 견뎌내고 있는 이 소나무는 양양군 보호수 제10호로 지정되었는데 몇 년 전부터 텔레비전의 방송 시작과 끝을 알리는 애국가 화면에 등장하여 “애국송(愛國松)”이라고 부릅니다. 올봄에는 아름다운 하조대와 애국소나무를 보러 양양으로 나들이해보심은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