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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69. 매화향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 밤새 지켜보았다네

   

“동쪽누각의 매화를 찾아가는 길 東閣尋梅逕
차가운 향기 이는 곳 외로워라. 寒香生處孤
두어가지 성긴 그림자 쓸쓸하고 數枝影苦
늙은 나무는 반쯤 말라있네. 老樹半身枯

아름다운 이에게 주고 싶지만 欲爲美人贈
맑은 이 밤에 사라져 버릴 것 같아 其如淸夜
깊이 읊조리며 우두커니 서 있노라니 沈吟佇立久
조각달이 성 모퉁이로 숨네. 片月隱城隅“

위 한시(漢詩)는 조선 선조 때의 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 1539~1612) 선생의 문집 《손곡집(蓀谷集)》에 있는 <동쪽누각의 매화를 찾아서(東閣尋梅)>입니다. 시인은 매화를 찾아 나섰고 그곳에서 만난 차가운 매화향을 아름다운 사람에게 주고 싶지만 밤사이 사라져버릴 듯하여 그냥 우두커니 서 있다는 아름다운 시지요. 마치 매화향이 4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진동하는 듯합니다.

옛 선비들은 보통 문무를 겸비했기에 장군들도 시를 지을 줄 알았습니다. 을지문덕 장군의 <유수장우중문(遺隋將于仲文)>과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閑山島歌)>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선비들은 꽃 피는 봄날이나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엔 으레 산에 올라 시회를 가졌습니다. 그들은 시를 주고받으며 인생과 자연을 노래했습니다만 현대인들은 시를 짓지도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인들이 노래한 시집도 읽지 않지요. 시인들이 자신의 돈으로 시집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가면 이제 지상에서는 시집 한 권 구경하기 어려워 질 것입니다. 시를 읽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