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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87. 풍류와 멋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던 술 두견주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장사익이 불러 인기를 끌었던 노래 “봄날은 간다”입니다. 봄이 오면 온 산하엔 분홍 진달래 물결로 출렁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 진달래 꽃잎도 날려 보는 이의 맘을 싱숭생숭하게 만듭니다.

진달래는 우리 겨레가 예부터 좋아했던 꽃으로 화전도 부치고 술도 빚어 마시던 꽃입니다.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하는 진달래꽃잎을 청주(淸酒)에 넣어 빚은 술을 두견주라고 부르지요. 진달래술은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이백과 두보가 즐겨 마셨다고 할 정도로 풍류와 멋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던 술입니다.

조선 말기 문신 김윤식의 시문집 《운양집(雲養集)》에 따르면 두견주는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의 딸이 면천에서 아버지가 병 치료를 할 때 빚어 마시게 해 병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규합총서(閨閤叢書)》, 《술만드는 법》, 《시의전서(是議全書)》, 《동국세시기》 같은 책에 두견주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진달래꽃에는 다른 꽃보다도 꿀이 많아 술에 단맛이 나는데 요통, 진통, 해열, 류머티즘, 신경통, 부인 냉증의 치료약으로 쓰여왔으며, 삼짇날에 마시는 술입니다.

즈믄해(천년)의 역사를 지닌 두견주는 일제강점기와 1963년 정부의 양곡주 제조 금지로 한때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두견주 빚는 비법을 물려받은 충남 당진 면천면의 박승목 선생이 면천 두견주 중요무형문화재(제86-나호) 기능보유자로 지정됨으로써 다시 햇빛을 보게 되었지요. 예부터 “두견주 석 잔에 5리를 못간다.”는 말이 전해왔는데 전통 발효술 가운데 가장 도수가 높은 술(18도)로 부드럽지만 감칠맛이 나며 은근히 취기가 올라오는 명주입니다. 올봄 진달래 화전을 안주 삼아 두견주 한 잔 마셔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