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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305. 천재 장영실은 왜 역사에서 사라졌을까?

   

   

세종임금 때 위대한 과학자 장영실(蔣英實)은 관노이면서도 정3품 벼슬인 “호군”까지 오른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특히 명나라도 만들지 못하던 자동시보장치가 달린 물시계 자격루를 발명하고, 세계 최초로 측우기와 수표를 만들어낸 뛰어난 과학자였지요. 하지만, 그 위대한 과학자 장영실은 어처구니 없게도 그가 만든 어가가 부서지는 바람에 곤장 80대를 맞고 파직 당한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그런 장영실의 이야기를 연극 무대에 올린 것이 지난 4월 24일부터 어제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이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 “궁리(窮理)”였지요. “궁리(窮理)”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이 대본을 쓰고 무대화한 것입니다. 이 연극은 그러나 장영실의 창의성이나 과학적 성취 대신 왜 그가 역사의 뒤안길로 홀연히 사라졌는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장영실은 연극에서 당시 지도층 내부의 세력 다툼과 외교의 줄타기 속에서 희생되어 버리고 마는 민중의 상징적인 존재로 그려졌지요.

또 연극은 장영실과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장영실이 과학자인 자신에게 왜 임금이 수레를 만들라고 했는지 의문을 품고 원망하는 모습과 장영실을 내치면서도 그를 그리워하는 세종의 모습이 중첩되어 나타나면서 작품의 깊이가 더해집니다. “궁리”는 주요 출연자인 장영실과 세종은 물론 영의정 황희, 사헌부 대제학, 이천 등 출연자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연극에 빠져들도록 했습니다.

“궁리”는 그동안 공연에서 평일까지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지요. 이 “궁리” 에 30여 명의 우리 얼레빗 회원들은 역시 회원이신 출연 배우 이종구 선생(황희 분)의 도움으로 연극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서울 공연에 같이 하지 못하신 분들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5월18일-20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5월24일-27일, 5월31일-6월3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