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개봉한 영화 “구미호”에선 구미호가 뱉어내는 구슬이 등장했습니다. 이 구슬은 구미호가 고통스럽게 뱉어낸 것으로 이를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을 확인하지요. 그런가 하면 지난 2010년 방영된 KBS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여우구슬은 자식의 목숨을 구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구미호 곧 꼬리가 9개 달렸다는 여우에게 구슬이 있었다는 이야기였지요.
재미나게도 우리 토종 들꽃 가운데 “여우구슬"이란 것이 있습니다. 들어 보셨나요? 여우구슬은 키가 15~40cm로 작아 사람이 이 여우구슬을 제대로 보려면 키를 바짝 낮춰야 합니다. 더구나 이 꽃은 0.5mm밖에 안 돼 눈곱보다 더 작을 정도입니다. 특히 이 여우구슬을 잘 살펴보면 낮에는 잎이 하늘을 향해 펼쳐 있어서 작은 꽃과 열매를 받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잎이 오므라져 꽃과 열매를 감싸지요. 여우구슬은 마치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듯 잎으로 꽃과 열매를 받치거나 감싸는 기막힌 들꽃입니다. 여기서 여우구슬 말고 “여우주머니”란 것도 있습니다. 여우구슬 열매는 열매자루가 없이 줄기에 바짝 붙고, 타원형의 오돌토돌한 모양으로 생겼는데 여우주머니 열매는 열매자루가 있고 매끈하며 끝이 뾰족한 편입니다. 신비로운 여름 들꽃 여우구슬을 보러 가까운 풀밭으로 나들이를 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