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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342. 화살을 맞으면서도 임금에게 간한 김처선

   

“늙은 몸이 역대, 네 임금을 섬겼고, 경서(經書)와 사서(史書)에 대강 통하지만, 고금에 상감마마와 같으신 분은 없었사옵니다.” 정이품의 노환관 김처선은 목숨을 걸고 임금(연산군)에게 아룁니다. 이에 분노가 폭발한 연산군은 활시위를 당겨 김처선의 갈비뼈를 뚫습니다. 하지만, 김처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임금에게 간합니다. “조정 대신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늙은 내시가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다만, 상감마마께서 오래도록 임금 노릇을 할 수 없게 될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그러자 연산군은 화살 하나를 더 쏘고 다리를 부러뜨립니다. 그런 다음 김처선에게 일어서서 걸으라고 명합니다. 이에 김처선은 “상감께서는 다리가 부러져도 걸어다닐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고 연산군은 김처선의 혀를 잘라버리게 합니다. 살신성인의 충신에게 연산군은 온갖 못된 짓을 다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연산군의 김처선에 대한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연산군은 김처선의 양자 이공신을 죽이고, 그의 집 재산을 몰수하였으며, 칠촌까지 벌을 주고, 그의 부모 무덤을 뭉갠 다음 석물을 없애게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처선의 이름 곧 처(處)와 선(善) 두 글자를 온 나라에서 쓰지 못하도록 했으며, 그의 집을 철거한 뒤 못을 파고 죄명을 새겨 집가에 묻고 담을 쌓도록 합니다. 지금 관료와 정치인들도 쉽사리 윗사람에게 간하지 않는데 절대군주 시대에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올바른 소리를 간한 것은 김처선이 정말 대단한 충성과 용기를 지닌 사람이었음을 증명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