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그때를 아십니까를 내보내야 하는 목요일입니다만 내일이 24절기의 백로여서 백로 얘기로 대신합니다. 다음 주에는 예정대로 "그때를 아십니까"가 연재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께서 "그때를 아십니까?"에 관한 자료가 있으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꼬리가 긴 잔서(殘暑, 남은 더위)도 차츰 물러가고 산양에는 제법 추색이 깃들고 높아진 하늘은 한없이 푸르기만 하다. 농가 초가집 지붕 위에는 빨간 고추가 군데군데 널려 있어 추색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는가 하면 볏논에서는 어느새 ‘훠이 훠이’ 새를 날리는 소리가 한창”
위 글은 “秋色은 「고추」빛과 더불어 「白露」를 맞으니 殘暑도 멀어가”란 제목의 동아일보 1959년 9월 8일 자 기사일부입니다. 내일은 24절기의 열다섯 번 째 <백로(白露)>이지요. 백로는 “흰이슬”이란 뜻으로 이때쯤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는 뜻입니다. 백로부터는 그야말로 가을 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때입니다.
이때쯤 보내는 옛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포도가 익어 수확하는 백로에서 한가위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하지요. 또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하는데 이 “포도의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낸 다음 입으로 먹여주던 그 정을 일컫습니다. “백로”, 어머니의 <포도지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