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황의 그림 가운데 연꽃을 그린 '향원익청(香遠益淸)’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연꽃 하나는 활짝 핀 모습으로 하나는 봉오리를 오므린 상태로 그려 연꽃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뿐만 아니라 백련임에도 흰색 연꽃잎의 끄트머리에 붉은색을 찍어 발라 한껏 운치가 묻어납니다. 더구나 연잎 위에 살포시 앉은 청개구리는 금세라도 연꽃 아래서 퐁당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 실감나게 합니다.
‘향원익청’을 그린 강세황은 조선 후기 남종화풍을 주도한 사대부 화가입니다. 각 서체에도 능했을 뿐만 아니라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같이 서양화풍을 받아들인 작품도 남겼습니다. 또한 강세황은 자신의 자화상도 그렸지요. 그 자화상에는 스스로 찬문을 적어넣었는데 ‘마음은 산림에 있지만 이름이 조정에 있다(於以見心山林 而名朝籍)’라고 했습니다.
마음과 이름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강세황은 평생 야인으로 살다 61살이 되어서야 영조임금의 배려로 처음 벼슬길에 올랐는데 이후 고속승진 하여 이‘자화상’을 그릴 당시에 종2품 가의대부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거들먹거리지 않고 야인시절의 마음으로 정치에 임했던 것입니다. 권력을 쥐면 몸과 마음이 모두 권력욕에 사로잡히고 마는 오늘날의 정치인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삶을 산 강세황의 '마음은 산림에 있지만 몸은 조정에 있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새겨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