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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서남쪽 병풍산에는 곤룡포 무덤이 있습니다. 곤룡포는 임금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벼슬아치가 이 무덤 앞을 지날 때는 반드시 말에서 내려 걸어갔지요. 이 곤룡포 무덤은 병자호란 그리고 인조와 관련 있는 곳입니다. 무슨 사연으로 곤룡포가 임금의 무덤에 있지 않고 여기 묻혀 있을까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태종에게 무릎을 꾼 삼전도의 굴욕이 있었던 곳입니다. 그 남한산성에 인조가 피신하러 갈 때 전세가 불리하다는 소식이 연달아 들리자 겁을 먹은 수행원과 군졸들이 하나, 둘 도망쳤고 인조는 얼마 남지 않은 신하를 데리고 사공도 없는 나룻배로 겨우 송파강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강은 건넜지만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눈까지 내리자 인조는 신하들의 등에 번갈아 업혀가면서 남한산성으로 오릅니다.
그러다 더 이상 갈 수 없어 길가에 지쳐 주저앉아 있을 때 산에서 내려오는 서흔남이란 나무꾼을 만났습니다. 이때 나무꾼은 임금을 업고 짚신을 신은 발로 피를 흘려가며 무사히 빙판길을 올라 임금을 남한산성까지 모셨습니다. 이때 서흔남은 소원을 말해보라는 인조의 물음에 엉겁결에 “곤룡포”라고 했다가 생각지도 않게 곤룡포를 선물로 받게 됩니다. 이후 서흔남의 유언대로 곤룡포는 무덤에 같이 묻혔다고 하지요. 물론 지금이야 곤룡포는 흔적도 없이 썩었겠지만 곤룡포가 묻힌 덕분에 서흔남의 무덤은 벼슬아치들의 공경 대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