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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410. 낭군이 미워서 두드렸을 다듬이 - 그때를 아십니까(36)

   

예전 어느 집이나 다듬잇돌과 다듬이방망이가 있었습니다. 하얀 홑청이 적당히 마르면 얌전히 접어서 다듬잇돌 위에 얹고 두드립니다. 고된 시집살이를 하던 아낙들은 어쩌면 마음을 몰라주는 낭군이 미워서 두드렸을 지도 모릅니다. 다듬질 할 때는 혼자 또는 다듬이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양쪽에 앉아서 합니다. 둘이서 할 때는 주로 모녀(母女)나 고부(姑婦) 또는 동서(同壻)끼리 방망이가 부딪히지 않도록 서로 호흡을 잘 맞춰서 했지요.

다듬잇돌은 옷감·이불감 등의 천을 다듬을 때에 밑에 받치는 살림도구로 화강암·납석·대리석 따위로 만들며, 박달나무·느티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로도 만듭니다. 두꺼운 직사각형 모양으로, 크기는 보통 길이 60cm, 높이 20cm, 너비 30cm가량입니다. 윗면은 반들반들하게 하고 밑면보다는 약간 넓습니다. 밑면의 양쪽에는 손을 넣어서 들어 옮길 수 있도록 홈을 팠구요. 다듬이 도구에는 다듬잇돌과 방망이가 한 틀이 되며, 방망이는 두개가 한 틀입니다.

명절이나 혼사(婚事)가 가까워질 때, 그리고 겨울옷을 마련 할 때면 집집마다 다듬이질 소리가 밤새도록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 방망이질 소리는 밤중까지 소리가 들려도 이웃에서 시비를 걸지 않았지요. 특히 옛 사람들은 아기 우는 소리, 글 읽는 소리와 더불어 다듬이질 소리는 삼희성(三喜聲)이라 하여 아무리 심해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집안에 이러한 소리가 그치면 "망한 집안"이라고 했지요. 아이들은 다듬잇돌 위에 앉으면 엄마가 죽는다고 겁을 주는 어른들의 말에 감히 다듬잇돌에 앉을 엄두는 내지 못했습니다. 차가운 다듬잇돌에 앉거나 베면 몸이 차가워져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조상의 슬기로움이 아닐까요? 이제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다듬이질 소리 새삼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