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한제국 말기 우국지사였던 매천 황현 선생이 태어난 지 157년 되는 날입니다. 매천이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과 하직하며 자손들에게 마지막 남긴 말은 “나라가 망했으나 내가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다만, 나라에서 500년이나 선비를 길렀는데, 나라가 망할 때에 죽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어찌 원통치 않겠는가?”였습니다.
매천은 썩은 나라의 벼슬자리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대신 전남 구례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시를 짓는 한편 자기가 보고 들은 당대의 역사를 기록했지요. 선비에게 지조가 아닌 나라를 팔아넘기라고 요구하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탐욕으로 가득찬 세상에 시퍼렇게 날이 선 기록이었습니다.
황현이 목숨을 끊던 바로 그 무렵, 매국노의 괴수 이완용은 일왕에게서 백작의 작위와 15만원의 은사금(恩賜金)을 받았는데 대한제국 황실과 친인척 관계가 없는 인물로서는 가장 높은 작위였지요. 같은 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은 이렇게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고, 하나는 우국지사로 하나는 매국노로 남았습니다. 오늘 우국지사 매천 선생이 태어난 날. 그가 지은 ≪매천야록(梅泉野錄)≫을 읽으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는 뜻 깊은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