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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부부의 힘, 가족의 힘

[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98년 이태리. 나와 아내의 연애시절에 우리가 주로 다녔던 로마-띠볼리 주변 국도는 항상 잘 뚫려있었다. 우리가 다니던 길에는 교통 체증이 거의 없어 좋았다. 어느 날 보기 드문 쌍무지개가 떠오르는 것을 함께 보며 우리 두 사람의 희망도 함께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함께 가는 길이 탄탄대로일 것 같다는 설렘에 우리는 너무도 행복했었다.

 그러나 달콤한 순간도 잠시.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나고 우리는 옆으로 차를 멈추고 한참을 피해야만 했다. 사실은 창피하게도 우리는 거의 매일 교통 정체의 주범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타던 자동차는 18년이나 된 피아트(600cc) 자동차였는데 공랭식이었고 속도를 조금만 올려도 경운기 소리가 나고 덜덜거려서 항상 평균 50~60킬로로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앞에서 달리던 성능 좋은 차들이 빠르게 사라져버리니 우리는 길이 항상 뻥 뚫려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꼴찌였지만 항상 선두에서 뒷 차들을 이끌고 다녔다. 재미있다. 제일 느린 차가 선두라니....

 

 더 아슬아슬했던 사건은 어느 날 성악레슨을 가는데 차가 너무 막혀서 갓길주행로 부득이 하게 되었다. 평소에 갓 길로 달리는 차들이 많기에 겁 없이 들어선 갓길에 내 차만 혼자 가는 기분이 왠지 이상하여 뒤를 보니 경찰차들이 20여대가 비상등을 켜고 빽빽하게 내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차가 너무 막혀있어 다시 끼어들어갈 틈도 없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약 5분정도를 경찰의 선두에서 호송임무를 수행했다. 나는 어느 정도 가다가 조그만 틈이 보이자마자 마치 바퀴벌레가 도망치듯 허둥대며 나를 숨겼다. 그들도 바뻤는지 아니면 어의가 없었는지 나를 그냥 놔두고 사라졌지만 그때의 갓길 사건 후로 지금까지 갓길로는 절대로 가지 않았다. 

 

   
▲ 이태리에서 타던 꼬마자동차 피아트126

 

 결혼을 하면서 더 좋은 자동차로 바꿀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몇 년 더 이 차를 애지중지 몰았다. 느리지만 우리의 사랑과 낭만을 심어준 꼬마자동차는 이미 소중한 가족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큰 아이가 태어날 때쯤 운 좋게 구입가보다 더 좋은 중고가격으로 팔았다. 우리는 차를 잘 키워서 시집보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18년 된 낡은 차를 타고 다니며 그 성능과 한계를 잘 이해하여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했었기에 우리는 21년에 차를 되팔 수 있었던 것 같다. 후로도 이태리 길을 가다가 짙은 자주색 작은 차만 보면 가족처럼 왜 그리 반가웠는지.....

 

 귀국하여 중년의 음악가로 자리 잡은 지금, 우리 부부는 그  차처럼 느리게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성능을 비교하기 보다는 24시간 부부가 함께 음악하고 다니며 소통했기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레 서로를 배려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전업 가수의 길을 함께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선택의 어려움만큼 매일 매일이 선물이라는 다짐을 서로가 알게 모르게 한다.

 

 살면서 우리 부부도 여러 가지 길을 간다. 내 의지와 다르게 표현 되던 자갈길, 다음 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몇 밤을 새우는 진흙탕 길, 할 말은 분명한데, 자꾸 자꾸 돌려 말하던 꼬부랑길, 생각만 해도 숨이 차오르는 것 같아 포기하던 언덕길, 잡념으로 가득 차서 모든 것이 귀찮아지던 비포장도로, 그러나 뻥 뚫린 고속도로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계획을 세우고 아침을 맞이한다.

 

 가보지 않은 인생 여행에 지도와 일기예보 신호등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속도 조절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지나온 삶을 공감하는 노래를 부르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예명아임(A.I.M.)’이 뜻하듯이음악 속의 사랑 (Amore In Musica)’을 실천하려 한다. 현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가족과 이웃을 위하여, 직접 작곡하여 노래 부르고 있다.

아버지 신발 / 돈 벌어 오는 기계처럼 되어버린 외로운 아버지께 바치는 노래

어머니 바다 / 푸른 바다에서 펄펄 튀어 오르던 고등어 같은 시절도 있었지만 뱃자반이 되어 기꺼이 자식들의 반찬이 되어주시니 우리는 어머니의 등 푸른 날들을 먹고 살아간다는 어머니의 노래

이쯤에서 만난다면 / 누구에게나 그 당시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지만 이쯤에서 만난다면 강물이 되어 아침에 닿을 수 있겠다는 화해의 노래

아리랑 아라리요 / 흩어져 온 세상에 퍼져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화합을 위한 노래

 

   
▲ 국회에서 공연하는 팝페라부부 듀오아임(주세페 김동규, 김구미)

 

 요즈음 새로운 곡으로, 공연 할 때마다 듣는 박수 소리!

가족과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음악 백신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 부부가 24시간 함께 다닌다고 하면 여러 반응이 온다.

정말 힘들겠어요?

숨막히지 않나요?

부럽네요.

...

...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 주세페 김동규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