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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왕과 신하 24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광해군을 견제하기 위해서 김덕령장군을 해치웠죠. 이번에는 이순신 장군 때문에 사부를 노리고 있군요.”

사부는 김충선이었다. 장예지에게 약간의 무공을 전수해 준 인연이 있었으며 이제는 김덕령 대신에 가슴 깊이 화인(火印)처럼 찍혀버린 사내.

“맞아요. 그는 지금 조선에서 가장 위험에 노출된 사내가 되었어요.”

장예지는 김충선을 떠올렸다. 늠름하고 다정하면서도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와 헤어지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고, 그를 잊기 위해서 목 놓아 울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숨어서 은거하며 지내던 장예지의 마을을 굶주린 일본군들이 양식을 털어가기 위해 기습을 하였고 달아나다가 우연히 김충선과 해후하게 된 것이다.

‘운명으로 생각했었다.’

장예지는 그를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 많은 언어를 주고받지 않아도 충분히 그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김충선의 곁에서 그가 느끼고 싶어 하는 조선의 숨결을 전달해 주고자 마음먹었다. 조선의 운명을 눈앞에 두고 고민하는 김충선에게 평화로운 길을 인도하기 위해서 그녀는 그와 함께 광해군을 만났다. 그리고 마침내 조선의 왕 선조와 담판을 짓기 위해 떠나간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장예지는 여진족의 공주에게 납치되어 이유도 모른 채 끌려오게 된 것이다.

“자, 이제는 어쩔 셈인가요?”

일패공주의 질문에는 미묘함이 담겨 있었다.

“무슨 뜻입니까?”

장예지는 비록 차분하게 대꾸 했지만 울렁이는 마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이순신과 김충선을 하성군이 그냥 넘기려 하지 않고 있어요. 짐작할 수 있지요?”

장예지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네.”

“이제는 이순신만 문제가 아니라 김충선까지 하성군의 그 우울하고 비상식적인 질투심을 해소하기 위한 제거 대상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죠.”

장예지는 마치 그 일이 자신 때문에 벌어진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다.

“주상은 미쳤어요.”

“진작. 돌았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덕령에게도, 이순신에게도 이런 짓을 벌릴 수는 없는 것이죠.”

일패공주의 시선이 장예지에게 머물렀다. 장예지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납치되어 온 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혹시 내가 끌려온 것이 맹목적인 왕의 도발과도 연관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이해 할 수가 없어요.”

장예지는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김충선을 사모하지요?”

일패공주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장예지는 변명하기 싫었다. 이미 지난 수년간 그녀는 자신에게 너무 많은 변명을 했었다.

“은애하는 것 맞습니다.”

일패공주는 그녀의 솔직한 반응이 의외라는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그를 구할 수 있습니까?”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