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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별리의 장 29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주상은 만백성의 어버이시오. 변함없는 우리의 임금이시오.”

“소신은 신뢰하지 못하옵니다.”

젊은 혈기의 김충선은 거침이 없었다. 그를 제지하고 나선 것은 이순신이었다.

“충선아! 네가 감히 임금을 평가하려 하는가? 그런 불충을 저지르고도 무사 하리라 생각하느냐? 이놈이 출신이 비루하여 안하무인(眼下無人)이로세. 당장 물러가거라.”

이순신은 노성을 질렀다. 오히려 그를 만류하는 것은 윤자신이었다.

“장군, 노여움을 걷으세요. 김장군은 성상의 깊으신 뜻을 곡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김충선은 벌떡 술상 앞에서 일어났다.

“장군께서는 정녕 억울하시지 않은 것입니까? 왜란이 일어난 후 조선을 누가 구원 했습니까? 그리고 이제 왜적은 강화를 포기하고 다시 남해바다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들을 누가 방어할 수 있습니까? 원균 따위로는 어림없습니다. 그에게 삼도수군의 통제사 지위를 빼앗겼으니 조선의 함락도 멀지 않은 것입니다. 장군은 당연히 분기해야 합니다. 장군의 몸은 장군 개인의 육신이 아닌 것입니다. 장군은 조선 백성의 희망이며 남해를 사수하고 있는 이 만 수군의 주인이십니다.”

이순신의 눈에서도 불꽃이 일렁거렸다.

“닥쳐라! 어떤 경우라도 임금을 원망하는 신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 비록 백의종군의 몸이지만 왜적을 상대하는데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김충선도 지지 않았다.

“이순신이란 장수의 이름은 바다의 거북선과 판옥선의 함대를 조율하고 지휘하고 있었을 때 만 그 빛이 찬란한 것입니다. 눈이 부셔서 마주 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군의 위명이란 땅바닥에 떨어진 헌 신발짝과도 같습니다.”

“무엄하구나!”

“진실을 말씀 올리는 것입니다. 장군의 명령에 수졸 한 명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놈!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려라.”

김충선은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몸을 돌려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장군의 옆에 한시도 머무르기 싫었나이다.”

이순신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윤자신에게 사과했다.

“대감에게는 면목이 없소이다. 저런 놈을 수하에 두고 있는 나의 죄가 매우 큰 듯하옵니다.”

윤자신이 은근히 물었다.

“김충선과 장군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내 둘째 아들과 막역한 사이라 아들처럼 귀엽게 여겼더니 저리 버릇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단단히 혼을 내야겠습니다.”

윤자신이 술병을 흔들어서 술이 들어있음을 확인한 후 이순신의 잔에 술을 부었다.

“아직도 젊어서 그렇지 않습니까? 혈기가 왕성한 나이이니까요.”

“그리 이해하시니 대감의 도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역시 왜인이라서 소견이 좁아터집니다.”

이순신의 태도가 단호하였다. 윤자신은 그런 이순신에게 술을 권하였다.

“자, 마십시다. 너무 기분 상해하실 필요는 없고요.”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