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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인연의 장 43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겉으로는 짐짓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장예지 역시 몹시 놀라운 상황이었다. 설마 이런 장소에서 이런 날에 김충선의 지기를 만날 줄이야. 구대일은 구대일대로 다음의 처신을 어찌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김충선과 그녀의 관계가 궁금했다.

“낭자는 내 친구와 어떤 사이요?”

장예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떤 사이던가? 김충선과 자신은 스승과 제자인가? 아니면 깊은 연모의 대상? 그도 아니면 이제는 생판 남남?

“전에 조금 인연이 있었지요.”

조금의 인연이란 말에 구대일은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호, 다행이구려.”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요. 혹 가까운 상대였다면 내 친구에게 큰 결례를 저지를 뻔 했지 않습니까.”

대일은 넉살 좋게 말하였다. 비록 말은 그리 하였어도 여전히 켕기는 구석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조금 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인연입니까?”

장예지는 이제 망설이지 않았다.

“과거의 일일 뿐입니다.”

“그 말인 즉, 현재는 전혀 미련이 없는 관계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왜 그런 것이 궁금하세요?”

장예지의 질문에 구대일이 웃었다.

“제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친구가 충선입니다. 또한 그 벗이 마음에 두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 또한 지켜주는 것이 친구의 도리인지라.”

장예지는 그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장예지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우연히 돌려버린 시선 끝에 한 사내가 매달렸기 때문이다. 유생차림에 날카로운 시선을 지니고 있는 선비가 목격된 것이다. 오표는 아차 싶었다. 이런 실수는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사고였다. 미행하던 목표물에 의해서 신분이 노출 된다는 것은 간자(間者)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접근했던 것이 우를 범했다.’

오표는 구대일과 장예지의 관계가 몹시 궁금하여 가까이 근접을 시도 하다가 딱 걸리고 만 셈이었다.

‘낭패다!’

순식간에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속전속결이었다. 제거 목표물을 구대일까지 추가 시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도 오표의 반응은 민첩했다. 왼 손 소매 속에 비상용으로 차고 다니던 비수(匕首)를 잡았다. 오표의 능력이라면 그 비수가 소매 밖으로 돌출되는 순간 피를 보는 것은 매우 자명한 일이었다. 재차 장예지와 시선이 교차하였다. 그녀의 심층 깊숙한 동공에서 떨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아......?”

장예지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탄성이 새어나왔다. 그녀가 이미 직감한 것이라고 오표는 단정했다. 그의 소매 속에서 푸른 섬광이 막 발출되려는 바로 그때였다.

“이게 누구냐?”

이번의 음성은 단아 하면서도 기도가 섞여있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