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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인연의 장 51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강두명은 실수를 깨달았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으나 설마하니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을 위안하였다. 상대가 내막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정이 되었다.

사헌부의 지평나리이십니까?”

의정전 앞으로 구대일이 아닌 다른 젊은 관리 한 명이 나와서 공손하게 물었다.

그렇소만?”

구대일 주서님께서 지평나리를 도승지영감에게 모시라 분부하셨습니다.”

이런 때려죽일 놈이 있나? 강지평은 혈압이 상승하였다. 결국 송사리마냥 자신은 빠져 나가고 만 셈이 아닌가. 두고 보자! 심사가 뒤틀어진 강두명의 입에서 쇳소리가 났다.

앞장서라.”
 

조영을 방면하라는 것인가?”

도승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강두명은 턱을 가만히 끄덕였다.

선전관에게 어떤 혐의가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 자는 장계를 유실했지.”

왜 이러십니까? 도승지영감!”

도승지 오억령은 노련한 정 3품의 당상관이었다.

수군통제령의 중요 장계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궁궐에서 큰 사단이 발생했음을 모르는가? 임금의 체통에 위엄이 서지 않은 일이였어.”

그러나 강두명 역시 예사롭지 않은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사헌부의 지평이란 알려진 관직 외에 그는 임금의 밀명을 수행하는 숨겨진 신하였다.

선전관 조영은 도승지 영감의 뜻에 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보시게?”

전하의 뜻이십니다. 의금부의 조영을 풀어 주소서.”

도승지는 정면으로 강두명을 마주 보았다. 하관이 골을 이루고 있고 눈빛은 매우 서늘했다. 코와 인중이 얄팍하여 꾀가 많고 변덕도 심해 보였다.

어명이라고?”

임금의 말씀이라고 다 어명은 아닙니다.”

무슨 말인가?”

강두명은 몸을 숙였다.

도승지영감께옵서 처리해 줘야 할 업무입니다.”

내 소관이라?”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선전과 조영은 영감의 의도대로 하였었지 않습니까. 이순신장군의 장계를 그가 어찌 단독으로 변조할 수 있었겠습니까?”

도승지 오억령은 번개가 뇌리를 스치는 기분이 들었다. 엄습하는 한기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도사렸다.

자네는 꽤 많이 알고 있군.”

어찌 하시렵니까?”

어명은......받들어야 하는 법이지.”

의금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좌의정 대감이 필요합니다.”

도승지 오억령이 지필묵을 바싹 당겼다.

좌의정 육두성 대감에게 전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