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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풍운의 장 61회

[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이순신은 냉엄한 표정으로 큰 아들 회와 평소 아끼고 있던 조카 완을 싸늘한 시선으로 쏘아 보았다. 어디서 이리 준엄한 눈빛이 쏟아질 수 있단 말인가. 평상시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순신의 노여움이었다. 이러한 분노의 시선은 바다 위에서나 종종 발휘 되었다. 바다 위에서 출렁이는 적선을 마주했을 때가 아니고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회와 완은 고개를 무참히 떨구었다. 그들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다.

“용서 하소서.”

“용서할 수 없다. 너희들이 정녕 그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난 용서도, 이해도, 용납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의 안색이 푸르게 변해갔다. 노화가 격탕하여 얼굴빛을 시퍼렇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이회외 이완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들은 설마 이순신이 이토록 분노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충선은 날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나갔다. 그는 스스로 어려운 길을 자청하였다. 과연 누가 그러한 모험을 감행할 수 있겠느냐?”

이순신의 탄성은 이해가 충분하였다. 사야가 김충선은 오로지 이순신의 새 하늘을 열기 위해서 만주행을 택한 것이지 않은가? 여진과의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김충선의 선택은 위험한 곡예일 수도 있었다.

“아버님, 저희들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십시오.”

이순신은 서릿발 같은 얼굴로 말하였다.

“이후에,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망발을 다시 꺼낸다면 그가 누구든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 나의 신념대로, 나의 군기에 따라 엄벌하리라!”

“명심하겠습니다.”

이순신의 기색이 매우 침중했다.

“울이 있었다면 너희들이 그런 어이없는 상상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쯧쯧”

이순신은 남쪽으로 먼저 떠난 둘째 아들 이울을 입에 올렸다. 이울은 현재 김충선의 부탁을 받고 남쪽의 의병들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지 않던가. 김충선은 북에서, 이울은 남에서 각기 이순신을 위한 천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행로는 불투명 하고, 행적은 위험한 도발이었다. 자칫 외부에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삼족이 멸문을 당할 일을 과감히 행동으로 도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희들도 울과 충선의 우정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교우란 단순한 지기가 아니다. 남자들의 의리는 천금과도 같다. 충선은 이미 내게 아들과도 같다. 즉, 너희들의 형제인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순신으로서는 측근들의 대립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는 없었다. 새로운 하늘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부적인 단결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역대 왕조를 뒤엎은 혁명에는 반드시 내부의 치밀한 협조가 존재 하였다. 반대로 실패한 혁명에는 외부의 견제보다도 내분으로 인하여 스스로 무너져 버린 일례가 흔하였다.

“잠은 달아났지만 그래도 길을 떠나야 하니 이만 들어가서 휴식을 취해라.”

“장군님이 들어가시는 것을 보고 저희도 들어가겠습니다.”

이순신은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완은 이제 칼을 차고 이순신의 방문 앞에서 보초를 서기 시작했다. 멀리서 닭의 울음소리가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