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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풍운의 장 65회

[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공주는 방도가 있을 것이라 믿소.”

김충선의 믿음이 일패공주는 싫지 않았다. 밉지 않았다.

당신은 꽤나 사람을 움직이는 재주가 있어요.”

내 짐작이 맞았다는 거요?”

옳아요. 하지만 수월 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약간의 관문을 돌파해야 해요.”

관문을 돌파해야 한다? 일종의 칸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을 시험하겠다는 것이구려.”

일패공주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김충선은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뿌렸다.

칸을 만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어려움이라도 난 헤쳐 나갈 것이오. 어떤 시험이요?”

내가 미리 알려준다면 어찌 시험이라 할 수 있겠어요.”

일패공주는 불빛에 상기 된 표정을 지었다. 김충선은 그녀의 미묘한 얼굴빛을 대하자 갑자기 젊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새침하게 보이면서도 애교가 내포되어 있는 야릇한 얼굴이며 표정은 충분히 사내의 감정을 뒤흔들 만 하였다.

...렇소?”

김충선은 가까스로 대답을 하고 그녀를 외면했다. 혹시나 자신의 심경을 상대방에게 들킬 것을 우려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일패공주가 누구인가. 그녀는 예사롭지 않은 내력을 소유하고 있는 여인이었다. 과감하고 담대하며 총명한 칸의 장녀였다.

말투가 왜 그러세요? 날 원망하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거예요?”

공주에 대해서 감사할 따름이요. 원망이라니요? 그럴 리가 있겠소?”

따라오세요.”

그녀는 간략하게 말을 던지고는 몸을 일으키더니 휘 바람을 불었다. 병사들이 질풍처럼 달려왔다.

손님에게 말을 내드려라.”

즉각 윤기가 흐르는 붉은 갈기의 말 한 필이 대령 했다. 균형 잡힌 몸집에 튼튼한 다리를 지니고 있는 준마였다.

고맙소.”

김충선이 말 위로 올라타자 일패공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서서 달려갔다. 김충선은 망설이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 군용견들과 병사들 역시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다. 불과 일각도 되지 않아서 멀리 여진의 막사들이 드러났다. 안도감이 김충선에게 몰려들었다. 지척에 두고 칸을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인가. 개벽을 위한 첫 발 걸음의 성패가 목전으로 도달 했다는 생각이 들자 돌연 긴장감이 바싹 들었다.

이것이 시험이요?”

김충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지금 그의 면전에는 올망졸망한 여진족의 아이들이 십 여 명가량 몰려들어 있었다. 적게는 3 살 여 부터 시작하여 17 살 정도의 아이들이 이국적인 눈빛으로 빤히 김충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 통과하면 아버님을 만나실 수 있어요.”

일패공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관문은 그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식이든지 만족을 주어서 모두가 승낙해야만 통과를 인정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누루하치의 자식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