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냐?”
어린아이답지 않게 홍타이시는 제법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찌푸려진 콧등이 귀여움을 더했다.
“김충선이라 합니다.”
김충선은 예의를 다하였다. 비록 어려 보였지만 왕도의 풍모가 엿보였기 때문이었다. 홍타이시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래? 우릴 감동시킬 자신이 있다고?”
“최선을 다할 따름이지요.”
“그보다 중요한 일은 별로 없다. 하늘과 땅에 맹세코 부끄럽지 않게 정성을 다한다면 그 누구도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야.”
김충선은 내심 탄성을 토했다. 5살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린 홍타이시는 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격려, 감사합니다.”
“천만에, 모처럼 귀한 손님이시니 기대가 클 뿐이야.”
홍타이시는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막사를 나섰다. 김충선은 경탄의 실소를 흘리면서 그 뒤를 따랐다. 이미 막사 밖에는 패륵을 비롯한 일패공주 등 누르하치의 왕손들이 진을 치고 김충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과연 김충선이 어떤 행동을 보여줄 것인지 잔뜩 기대하는 시선들이었다. 김충선은 칭칭이 하얀 천으로 감겨진 석 자 길이의 화승총을 봇짐에서 풀었다.
“저것은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조총이란 병기 아닌가?”
패륵이 한 눈에 알아봤다. 일패공주가 설명을 곁들였다.
“조선을 유린할 수 있었던 일본의 신무기라 할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조선 병사들도 훈련이 되어 있어. 우리 여진에도 앞으로 절대 필요한 무기다.”
김충선은 서두르지 않고 화승총에 화약을 장전했다. 목표물은 이미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즉각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귀를 막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충선은 왕손들에게 경고하고 천천히 총구를 이동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의 총구를 따라서 빠르게 움직였다. 심지의 불꽃이 빠르게 타들어갔다. 김충선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하늘이었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에 검은 점이 맴돌고 있었다.
“독수리가 목표물이야!”
홍타이시가 손가락으로 독수리를 지적했다. 먹이를 노리고 선회하는 날카로운 부리와 포악한 발톱의 독수리가 유유히 창공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 순간에 ‘쾅!’ 하는 총성과 동시에 갑자기 굉음이 터져 나왔다. 화승총의 김충선은 화약 연기가 채 가시지 않은 총신의 가늠쇠에서 눈을 떼었다.
“명중이다!”
“와아, 세상에!”
매 마른 하늘 위를 빙글빙글 선회하며 먹이 감을 노리던 독수리가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하였다. 여러 명의 왕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떨어지는 독수리의 방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어도 세 명의 왕손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일패공주와 패륵, 그리고 홍타이시였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