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살구나무 꼭대기에서 살랑대며 놀던 봄바람은 심심했어요. 아이 심심해. 뭐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가 없을까? 보리밭으로 휙 날아온 봄바람은 보리밭이랑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어요. 이삭을 통통하게 살찌우던 보리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어요. 봄바람이 투정을 부리면 봄장마를 몰고 오기 때문이지요. 봄바람이 봄장마를 몰고 오면 보리수확을 제때에 할 수가 없거든요. 봄장마가 계속되면 많은 친구들이 견디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지거든요. 땅바닥으로 떨어진 보리는 곧 싹을 틔우고 말지요. 보리가 여름에 싹을 틔우면 보리의 생명은 끝이에요. 더운 여름날에 쑥쑥 웃자라서 쓰러지고 말지요. 보리는 늦가을에 심어서 추운 겨울을 견뎌내야만 튼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농작물이거든요. 보리는 매서운 바람도 강한 추위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생명력이 아주 강한 곡식이지요. 음식을 만들 때 양념으로 들어가는 파, 마늘, 그리고 비타민이 풍부한 시금치가 보리와 함께 겨울을 이겨내는 강한 채소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농산물 중에서 보리가 가장 으뜸가는 곡식이거든요. 이처럼 생명력이 강한 보리는 여러 가지 음식으로 만들어져 사람들 건강을 지켜주지요. 당뇨병 환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은비늘 말처럼 하늘이는 어떻게 생긴 아이일까?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멋지게 생겼을까? 예쁘게 생겼을까? 나처럼 밉게 생겼을까?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그런 샐쭉이 마음을 남해아줌마는 읽었나 봅니다. 하늘이 엄마. 오늘 멸치 보낼게요. 하늘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아줌마는 곧장 샐쭉이를 택배로 보냈습니다. 멸순이도 서울, 부산, 일산, 제천, 인천 등 전국적으로 제각기 골고루 팔려나갔습니다. 남해아줌마 집에 혼자 남은 은비늘이야 편지쓰기대회 상품으로 팔렸으니, 시상식장에서 마음껏 뽐내는 꿈을 꿀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이네 집은 멀기만 합니다. 깜깜한 상자 안에 갇혀서 몇 시간을 달렸는지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비늘이 모두 벗겨져 속살이 드러난 샐쭉이 몸은 더 노랗게 보였습니다. 샐쭉군, 먼 길 오느라고 수고했어. 하늘이 엄마는 반갑게 맞아 주지나 말지, 못생겼다고 하며 세 마리나 집어 먹습니다. 어라, 보기보다 훨씬 맛있네, 어서 빨리 멸치볶음을 만들어야지. 하늘이 엄마는 혼잣말로 흥얼거립니다. 하지만 샐쭉이는 은근히 짜증이 났습니다. 잘 생긴 은비늘에게 눈길 한번 안주고, 값이 싼 샐쭉이를 선택했으면서 못 생겼다고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은비늘 말처럼 하늘이는 어떻게 생긴 아이일까?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멋지게 생겼을까? 예쁘게 생겼을까? 나처럼 밉게 생겼을까? 너무너무 궁금했어요. 그런 샐쭉이 마음을 남해아줌마는 읽었나 봅니다. 하늘이 엄마. 오늘 멸치 보낼게요. 하늘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아줌마는 곧장 샐쭉이를 택배로 보냈습니다. 멸순이도 서울, 부산, 일산, 제천, 인천 등 전국적으로 제각기 골고루 팔려나갔습니다. 남해아줌마 집에 혼자 남은 은비늘이야 편지쓰기대회 상품으로 팔렸으니, 시상식장에서 마음껏 뽐내는 꿈을 꿀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이네 집은 멀기만 합니다. 깜깜한 상자 안에 갇혀서 몇 시간을 달렸는지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비늘이 모두 벗겨져 속살이 드러난 샐쭉이 몸은 더 노랗게 보였습니다. 샐쭉군, 먼 길 오느라고 수고했어. 하늘이 엄마는 반갑게 맞아 주지나 말지, 못생겼다고 하며 세 마리나 집어 먹습니다. 어라, 보기보다 훨씬 맛있네, 어서 빨리 멸치볶음을 만들어야지. 하늘이 엄마는 혼잣말로 흥얼거립니다. 하지만 샐쭉이는 은근히 짜증이 났습니다. 잘 생긴 은비늘에게 눈길 한번 안주고, 값이 싼 샐쭉이를 선택했으면서 못 생겼다고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남해아줌마는 멸치를 크기별로 색깔별로 골라냅니다. 날마다 멸치를 매만지는 남해아줌마는 얼굴도 멸치처럼 갸름합니다. 장난기가 많은 남해아줌마는 골라낸 멸치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비늘이 한개도 벗겨지지 않은 최고로 좋은 멸치는 은비늘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었습니다. 비늘이 조금 벗겨진 중간으로 좋은 멸치는 멸순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요, 성질이 급해서 비늘이 거의 전부가 벗겨진 멸치는 샐쭉이라는 별나고 미운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남해아줌마는 찰칵찰칵 은비늘, 멸순이, 샐쭉이를 상자에 가지런히 담아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못생긴 샐쭉이는 홀딱 벗은 자신을 찍는 남해아줌마가 미웠습니다. 남해아줌마는 멸치를 고르고 담아서 팔기도 바쁠 터인데 동화를 쓰기도 합니다. 남해아줌마가 멸치 사진을 찍는 건 틀림없이 동화쓰기 공부를 하는 인터넷 문학카페에 멸치사진을 주르륵 올려놓을 게 빤합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고운 멸치 은비늘 사진은 맨 위에 올려놓고, 다음은 두 번째로 고운 멸순이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맨 밑에다 볼품없고 못생긴 샐쭉이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남해아줌마가 이렇게 문학카페에 멸치 사진을 올려놓은 것은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들판에는 민들레꽃이 아주 많이 무리지어 피어있단다. 노랗게 활짝 피어 있으면 사람들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단다. 내 동생도 나처럼 호기심이 많아. 그래서 나를 따라 나왔어. 그런데 바람아저씨가 갑자기 꼬리를 감추는 바람에 동생과 그만 헤어졌단다. 너도 엄마하고 동생이 많이 보고 싶은 걸 참고 사는구나. 민들레야, 좋은 생각이 났어. 우리 바람아저씨한테 부탁을 드려보자. 동생 소식, 너희 엄마 소식, 또 산에 있는 우리 엄마 소식도 물어보자. 바람아저씨는 산과 들 어디라도 다 돌아다니잖아. 그래그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기진달래야 우리 같이 엄마한테 잘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면 되잖아. 그러면 너희 엄마도 우리 엄마도 얼마나 기뻐하실까? 아기진달래와 민들레는 신바람이 났어요.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그런데 바람아저씨가 언제 오실까? 지난 번 꽃샘바람이 불 때, 너무 추웠잖아. 춥다고 바람아저씨를 쫒아버렸잖아. 아기진달래는 걱정이 되었어요. 걱정 마. 꽃들이 예쁘게 다 피어나면 바람아저씨는 언제든지 다시 올 거야. 민들레는 자신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민들레꽃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제비꽃이 화가 나서 덤볐어요. 야, 건방진 아기진달래야. 나처럼 키 작은 앉은뱅이 꽃도 있다는 거 몰라? 꽃들은 다 친구야. 빨리 민들레한테 사과해. 어서 잘못했다고 사과 하란 말이야. 제비꽃은 보라색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앙팡지게 대들었어요. 어찌나 또랑또랑한지 아기진달래는 몸이 오싹 움츠러들었어요. 산에서만 자란 진달래는 작은 꽃들이 많다는 것을 몰랐어요. 울고 있는 진달래를 위로하는 착한 민들레꽃을 무시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 민들레야, 미안해. 내가 잘못 생각했어. 용서해 줄래?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괜찮아. 아기진달래야. 네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는 다 알아. 엄마가 보고 싶어서 괜히 화를 내는 것도 알아. 아기진달래는 민들레의 예쁘고 고운 마음씨에 그만 감동을 받았어요. 작다고 깔보았던 마음을 뉘우치고 반성을 했어요. 기분이 많이 나빴을 텐데도, 따뜻하게 말해 주는 작은 민들레가 엄마처럼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민들레야, 정말 미안해. 봄바람이 내 얼굴을 만지고 가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서 네게 짜증을 부렸나 봐
[그린경제/ 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어요. 꽃샘바람이 멀리 멀리 달아났어요. 따뜻한 아침햇살이 민경이네 꽃밭에 한가득 퍼졌어요. 키 큰 목련나무무가 기지개를 켜고 제일 먼저 일어났어요. 아, 잘 잤다. 그런데 내가 너무 늦잠을 잤나. 하하, 목련나무야, 네가 제일 부지런하단다. 봄바람이 목련나무 가지를 살랑살랑 쓰다듬으며 지나갔어요. 칭찬을 받은 목련나무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가지가 휘어지도록 하얀 종을 울리며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은은한 목련꽃향기가 온 동네에 퍼져 나갔어요. 얘들아, 봄이 왔어. 어서들 일어나라. 우리들 세상이 왔어. 모두 예쁜 꽃을 활짝 피우자. 우리 다 같이 예쁜 꽃동산을 만들자. 큰 소리로 우렁차게 말하는 목련나무오빠는 대장 같았어요. 큰소리에 놀란 아기진달래도 겨울잠에서 깨어났어요.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밀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아기 진달래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싶어서 꽃눈을 달싹 달싹 거렸어요. 지난해 민경이 아빠가 산에서 캐다 심은 아기진달래가 제법 어른스러워졌어요. 목련나무오빠, 나도 예쁜 꽃을 많이 피울 거야. 아기진달래야, 잘 생각했어. 기특하구나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바람이 점점 세게 불어옵니다. 예쁜 가을이 불쌍하게 땅바닥으로 자꾸만 떨어집니다. 민재는 자꾸자꾸 떨어지는 예쁜 가을이 불쌍해서 울고 싶습니다. 예쁜 가을을 자꾸만 떨어뜨리는 바람이 너무 밉습니다. 가을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밉습니다. 가을을 밟으며 좋아하는 엄마도 밉습니다. 바람은 나빠, 미워, 예쁜 가을이 자꾸 떨어지잖아. 민재는 획획 지나가는 바람에게 마구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저쪽에서 청소부 아저씨가 빗자루로 예쁜 가을을 싹싹 쓸어서 커다란 자루에다 꼭꼭 눌러 담습니다. 몹시 화가 난 민재는 아저씨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소리를 지릅니다. 아저씨, 예쁜 우리 가을을 다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민재는 아저씨를 올려다보며 조그만 발을 땅땅 구르며 앙팡지게 대듭니다. 엄마는 무서운 얼굴로 민재를 째려봅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우리 아이가 버릇이 없어서 그래요. 엄마는 아저씨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민재야, 너 아저씨에게 그렇게 버릇없이 굴면 못써. 아저씨 미안합니다. 해, 어서. 엄마, 저 아저씨가, 나쁜 아저씨가, 예쁜 우리 가을을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기자] 하늘에서 가을을 만드는 예쁜 물감이 내려오지. 엄마, 가을을 만드는 물감이 어떻게 내려와요? 아무도 모르게 밤에 살짝 내려오지. 민재는 가을을 만드는 물감이 하늘에서 어떻게 내려오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엄마, 가을을 만드는 물감이 언제 하늘에서 내려와요? 가을을 만드는 물감은 민재가 잠든 깜깜한 밤에 달님이 아무도 몰래 살짝 가져 오시지. 그런데 엄마, 달님이 어떻게 물감을 가져와요? 가을을 만드는 물감은 하느님이 만드신 귀한 물감이거든. 너무 귀한 물감이라서 아무나 가져오지 못하지. 엄마, 그럼 하느님만 쓰는 귀한 물감은 어떤 물감이야? 궁금한 것이 많은 민재의 질문은 끝이 없습니다. 엄마는 민재에게 빨간색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힌 것을 후회했습니다. 민재에게 가을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후회가 되었습니다. 민재에게 여태까지 엄마 마음대로 거짓말을 한 것도 후회가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사다주신 빨강 노랑 옷들이 촌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빨간색, 노란색 옷을 사다주신 할머니까지 원망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지금까지 했던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엄마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그린경제/얼레빗= 이수옥 동화작가] 부지런한 해님은 아침이슬로 말갛게 세수를 했나 봅니다. 환한 얼굴로 아까부터 민재를 깨우려고 창밖에서 서성댑니다. 엄마가 민재를 깨우러온 해님의 서성거리는 발자국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엄마는 아직도 꿈나라에 빠진 민재를 깨웁니다. 민재야, 일어나서 밥 먹자. 해님이 민재를 깨우러 오셨네. 싫어요, 더 잘래요. 오늘은 유치원 안가는 날이잖아요. 민재는 온몸을 동그랗게 돌돌 말고 이불속으로 들어갑니다. 잠꾸러기가 되면 착한 민재 아니지. 엄마, 이불속에서 밥 먹으면 안 돼요? 그건 안 돼. 그러면 산타 할아버지한테 우리 민재 잠꾸러기, 게으름뱅이라고 일러 줄 거야. 엄마, 이르지 마세요. 산타 할아버지는 잠꾸러기, 게으름뱅이 아이한테는 선물을 안 주실 거잖아요. ▲ 그림 김설아(동신중 1) 그럼, 안 주시고말고, 산타할아버지는 누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알고 계신데. 엄마는 먼 곳에 있는 산타할아버지가 들을 만큼 큰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치사한 엄마입니다. 툭하면 산타 할아버지에게 일러준다고 민재에게 겁을 줍니다. 엄마는 얄미운 고자쟁이 입니다. 민재가 크리스마스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정말